AP통신 "뜻밖의 법원 결정"…피해자 "가해자 아닌 여성 목소리 들어야"
미 '미투 단죄' 시험대…법원, 빌 코스비에 이례적 항소 허용
미국의 '국민 아빠'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성범죄자로 전락한 코미디언 빌 코스비(82)에게 항소의 기회가 주어졌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몽고메리 카운티 지방법원이 2018년 내린 유죄 판결과 관련해 코스비의 항소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은 법원의 항소 허용에 대해 "전혀 뜻밖의 결정"이라며 "미투 성범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코스비는 모교인 템플대학 여자농구단 직원이던 앤드리아 컨스탠드에게 2004년 약물을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주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코스비 측이 제기한 몇 가지 쟁점 사항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2년 전 재판 당시 코스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5명은 증인으로 출석해 코스비가 약을 먹여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이 증언을 토대로 코스비가 같은 수법으로 컨스탠드를 성폭행했다고 기소했다.

다만, 당시 증인 5명이 폭로한 성범죄는 공소시효 등이 지나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 '미투 단죄' 시험대…법원, 빌 코스비에 이례적 항소 허용
이에 대해 코스비 변호인은 이들 증인의 진술은 오래전 일이라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코스비 측은 2005년 컨스탠드 성폭행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졌을 당시 검사로부터 형사 기소 면제를 약속받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대신 코스비에게 민사 재판 출석을 요구했고, 코스비는 이를 받아들여 컨스탠드에게 합의금 340만달러(약 41억원)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코스비는 2006년 민사 재판에서 컨스탠드와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도 약물 사용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2018년 미투 운동이 미국을 강타하면서 코스비의 성범죄 사건은 다시 주목을 받았고, 당시 새로 임명된 검사는 기소 면책의 증거가 없다면서 코스비와 컨스탠드의 2006년 법정 진술을 토대로 코스비를 체포했다.

코스비 변호인은 주 대법원의 항소 허용 결정을 환영하면서 최근의 인종 차별 저항 시위와 연관 지어 코스비의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성명에서 "코스비에 대한 잘못된 유죄 판결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말살하는 행위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컨스탠드는 성명을 내고 코스비에 대한 단죄를 거듭 촉구했다.

컨스탠드는 "'성폭력 포식자'라는 꼬리표가 달린 가해자 코스비의 사회 복귀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범죄자라도 자기주장을 펼 수 있지만, (법원은) 성범죄를 폭로한 여성 증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