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호 감염자 잇따르자 상부에 서한 보냈다가 쫓겨나…해군 "지휘 미흡"

미 해군 '코로나 항모' 논란 속 경질된 함장에 "복귀 불가"
미국 해군이 1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항공모함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전격 경질된 전 함장의 복직을 불허했다.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해군은 이날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전 함장인 브렛 크로지어를 루스벨트호 지휘관으로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크로지어 함장을 루스벨트호 지휘관으로 재선임하지 않을 것이며 그는 향후 지휘권을 행사할 자격도 없을 것"이라며 크로지어는 다시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데이 총장은 크로지어 전 함장이 3월 루스벨트호에서 발생한 승조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문스러운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스벨트호가 속한 항모전단의 지휘관이자 크로지어의 직속 상관인 스튜어트 베이커 제독까지 함께 거론, 리더십 부족을 질타했다.

길데이 총장은 두 사람에 대해 "모두 우리가 지휘관에게 기대하는 것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5천명의 승조원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서 길데이 총장과 제임스 맥퍼슨 해군장관 대행 등 해군 수뇌부는 4월 자체 조사 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크로지어의 복직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길데이 총장은 "만약 그때 내가 오늘 알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크로지어 함장을 복귀시키라는 권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조사는 크로지어의 불만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더 깊은 조사를 통해 크로지어와 베이커 모두 위기 상황에서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이커 제독의 승진도 보류됐다고 CNN은 전했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3월 말 루스벨트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잇따르자 상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의 신속한 하선을 요구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후 전격 경질됐다.

그러나 항모에서 내리는 그를 배웅하러 갑판에 몰려나온 승조원들이 "캡틴 크로지어!"를 외치며 지지를 보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해군은 4월 루스벨트호의 발병 확산 경위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미 해군 '코로나 항모' 논란 속 경질된 함장에 "복귀 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