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반도체 자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상하이에 짓기로 한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이달 착공한다고 12일 밝혔다.

상하이 칭푸구 뎬산후에 들어서는 R&D센터는 1.73㎢ 면적으로, 총 400억위안(약 6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토지 매입 및 건설에 200억위안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설비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완공되면 광둥성 둥관에 있는 산후 R&D센터(1.26㎢)를 제치고 화웨이의 최대 규모 R&D기지가 된다.

상하이 R&D센터는 반도체 칩과 무선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분야 연구에 집중할 방침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칩과 하이엔드 서버 등 차세대 기술 개발과 테스트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설계 분야 본부 역할도 할 전망이다. 이곳에선 약 3만~4만 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상하이 R&D센터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와 인접해 있다. R&D 및 제조·생산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금을 절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 칩을 설계한 뒤 생산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에 맡겨 왔다. 하지만 미국의 집중 견제로 TSMC와의 거래가 끊길 위기에 처하자 최근 SMIC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상하이에 SMIC뿐 아니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화웨이가 상하이를 R&D 거점으로 택한 이유로 분석된다. 상하이엔 600여 개 국내외 반도체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대만미디어텍과 상하이웨이전자에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