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동원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3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흑인 사망' 시위 사태와 관련해, 워싱턴DC 인근에 배치한 현역 군인 일부에 대한 원대복귀 결정을 내렸다가, 이를 번복했다.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은 에스퍼 장관의 이러한 번복이 백악관 회의 및 국방부 내부 논의에 참석한 뒤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매카시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 약 200명의 82 공수부대 병력을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기지로 다시 돌려보내라는 지침을 받았으나, 몇시간 뒤 에스퍼 장관이 이러한 결정을 번복했다고 했다.

이는 시위 문제 대응 관련 군 지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시위 사태에 정규군을 동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했다. 그는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 진압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법 집행에 현역 군을 동원하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807년 발효된 폭동진압법에 따라 미 대통령은 국내 소요사태 및 반란 진압 목적으로 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동된 건 1992년 흑인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다.

에스퍼 장관의 기자회견 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정규군 동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의 번복은 백악관의 발표 후 이뤄졌다.

미 국방부는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자 현역 육군 병력 1600명을 배치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