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14만원' 온라인신청 중단 속출…입력 오류에 업무 늘어
"작은 곳에 맡길 수 있나"…코로나앱 지연시킨 日관료주의
일본의 정보기술(IT) 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나 일본 관료주의 때문에 출시가 지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사단법인 '코드 포 저팬(CFJ)'은 지난달 초 코로나 앱 출시를 위한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으나 사업 주체가 일본 정부로 바뀌면서 포기했다.

코드 포 저팬은 앞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도쿄도(東京都)의 사이트를 개발해 호평을 받은 단체다.

이 단체는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를 확인할 앱을 내놓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라 일찍부터 앱 개발에 나섰고 일본 정부도 애초에는 코드 포 저팬의 앱 개발을 후원했다.

하지만 4월 하순 구글과 애플이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을 추적하는 앱을 위한 공통 규격의 운영을 각국 정부 기관으로 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정부가 해당 규격을 채용하기로 하면서 일본 정부가 사업 주체가 돼 앱 개발을 민간에 위탁하도록 사업 형식이 바뀐 것이다.

사업을 관(官)이 주도하게 되면서 '정부 위탁 사업을 소수 조직에 맡길 수 있느냐', '뭔가 문제가 일어나면 대응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코드 포 저팬은 구글이나 애플의 규격에 맞게 앱 개발을 추진했으나 결국 후보군에서 배제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달 초 앱 개발을 논의하는 일본 정부 온라인 회의에서 세키 하루유키(關治之) 코드 포 저팬은 대표이사는 "이미 앱 검증도 끝났고 앱을 설치도 완료됐다"고 설명했으나 이미 성과물이 채택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사업에서 배제된 코드 포 저팬은 앱의 소스를 공개했고 평소 일본 정부 사업을 맡아 온 대기업이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가와시마 히로이치(川島宏一) 쓰쿠바(筑波)대 교수(사회공학)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개발할 수 있는 코드 포 저팬이 빠진 것은 안타깝다.

기존에 하던 형식의 정부 발주 사업으로 앱을 개발하면 사용하기 편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코드 포 저팬이 빠지면서 앱 실용화는 한 달 이상 지연됐다.

일본 정부는 애초 5월 초에 앱을 실용화하려고 했으나 현재는 이달 중순 정도에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앱을 활용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은 제때 실행되지 못했고 그사이에 일본의 코로나19 긴급사태는 모두 해제됐다.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이야기로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관계자가 많아 조율만 하느라 논의가 지연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작은 곳에 맡길 수 있나"…코로나앱 지연시킨 日관료주의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행정의 비효율적인 민낯이 드러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당국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1인당 10만엔(약 114만원)을 신속하게 지급하기 위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온라인 신청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총무성은 전날까지 전국 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온라인 신청을 중단했다고 2일 발표했다.

신청자들이 온라인 신청 때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등의 업무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앞서 일본 구청에는 온라인 신청에 필요한 마이넘버(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함) 비밀번호를 확인하거나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이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집권 자민당은 공적 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예금 계좌 정보와 마이넘버를 정부가 함께 관리하도록 하는 의원입법을 뒤늦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정보 관리의 어려움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