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 "영란은행 금 일부 빼쓰기로 UNDP와 합의"
수년묵은 경제파탄 속 미국제재·코로나19 겹쳐 '최악의 상황'
베네수, 미국제재로 묶인 금 유엔에 위탁해 식량·의약품 구입
베네수엘라 정부는 영국 중앙은행에 묶인 금을 인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하는 데 유엔개발계획(UNDP)과 합의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칼릭스토 오르테가 총재는 이날 영란은행에 묶인 금의 일부를 UNDP가 맡아 베네수엘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약품과 식량을 구입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테가 총재는 "식품과 의약품, 의료장비를 사겠다는 건 내 말이 아니라 유엔의 말"이라며 "유엔은 중립적이지 않고 독립적이지 않은, 조금이라도 어두운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UNDP와 영란은행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달 초 영란은행에 묶인 9억3천만유로(약 1조2천500억원) 상당의 금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 법원에 소송을 냈다.

영란은행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을 위탁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2018년 부정선거로 정권을 잡았다며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금 인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마두로 대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 제재로 돈줄이 막힌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마두로 정권은 국내외에 보유한 금을 잇달아 매각해 왔다.

오르테가 총재는 "베네수엘라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수입도 없고 현금을 마련할 방법도, 해외 예금에 접근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245명이며, 사망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인 이웃 남미국가들에 비해서는 피해가 작은 편이지만, 이미 이 나라의 의료체계는 오래 전에 붕괴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