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책임론·재선 캠페인 차원 대중 강경책 선택한듯
홍콩 특별지위 박탈시 역효과 우려도…"트럼프 어려운 선택 놓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며 연일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정부가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치와 인권을 심대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하며 제재를 비롯한 각종 보복 조치를 경고하는 '신(新) 미중 냉전'의 선봉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 잡은 인상이다.

'재선 의식?' 홍콩송환법 미온적이던 트럼프, 보안법엔 강경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경론은 지난해 홍콩에서 촉발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와는 대조적인 기류라는 게 외신의 평가다.

이 시위는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목적에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됐고, 결국 여론에 밀린 홍콩 당국은 송환법 추진을 철회했다.

당시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 존중과 강경 진압 반대, 평화적 해결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에 책임 있게 행동했다", "중국과 홍콩의 일로 내 조언이 필요 없다"는 식의 거리두기 발언을 해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발급 등을 제한하는 '홍콩 인권법'에 작년 11월 서명했지만 미 의회가 주도한 법안에 마지못해 서명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홍콩보안법 문제를 놓고선 상당히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논란 초기이던 지난 22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26일에는 "주중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 조치 엄포까지 놨다.

당국자들도 "홍콩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짜증이 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식의 거친 발언을 내놓으며 대중 강경론 일색이다.

'재선 의식?' 홍콩송환법 미온적이던 트럼프, 보안법엔 강경론
홍콩의 자치권,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 사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한 모습은 작년과 달라진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송환법 시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합의 도출이 중요한 과제여서 송환법이 이 협상을 해칠 가능성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놓고 중국 책임론을 몰아붙이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최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합의에 노력하면서 홍콩과 같은 문제에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때때로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중국에 매달렸다"며 "무역합의가 마무리되고 미 의회가 홍콩인권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때까지 홍콩의 인권은 뒷자리로 밀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선거운동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을 캠페인에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됨에 따라 지지층 결집 및 확대 차원에서 고강도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보안법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이미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라고까지 압박한 상황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추구하면서 그의 참모들도 중국 압박 필요성에 더욱 보조를 맞춰왔다"며 "여론조사들은 미국 유권자 사이에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경우 중국과 맞서는 데 주저해 왔다"며 대선을 앞둔 상황이 좀 더 강한 입장을 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선 의식?' 홍콩송환법 미온적이던 트럼프, 보안법엔 강경론
다만 중국이 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보복 조처를 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견해가 갈리는 모양새댜.
우선 홍콩인권법에 의거해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부작용과 역효과 탓에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홍콩에 불이익을 주면 미국 기업을 비롯해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 함께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현재 홍콩에는 130만개가 넘는 사업체가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시위대가 시위 때 종종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나와 미국의 지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홍콩에 대한 직접적 불이익은 홍콩의 반미 정서를 고조시킬 수 있다.

중국을 잡으려다 오히려 홍콩의 친미, 친서방 세력과 등을 지고 미국 기업이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의 민주주의 축소에 관여한 개인이나 기업을 제재하거나 홍콩에 대한 일부 특별대우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좀 더 좁은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 재무부가 홍콩을 탄압하려고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 관리과 기업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정책이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 홍콩의 대다수 친서방 성향과 기업 풍토에 고통을 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중단할지, 또는 제재나 관세처럼 좀 더 약한 조처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어렵게 싸운 중국과 무역합의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