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양국에 공동의 적이라며 양국 대립으로 신냉전 시대가 벌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 국무위원은 2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중 관계 악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관해 질문에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중미 양국에 공동의 적"이라면서 "서로 돕고 지지하는 것은 양 국민의 공동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외에 정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 정치 바이러스는 중국을 공격하고 모독하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에 대해 너무 많은 거짓말과 음모를 꾸며냈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은 "양국이 현재해야 할 중요한 일은 코로나19 방제를 서로 도와주는 것이며 전 세계 방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전염병이 양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책 조율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미국을 대신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은 중국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면서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일부 정치 세력이 중미 관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런 위험한 행동은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며 양 국민이 다년간 쌓아온 협력의 성과를 훼손하고, 미국 자신의 발전도 해치므로 양국 지식인들이 모두 나서 제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중국 책임론 제기에 대해선 "바이러스 근원을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해야한다"면서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있는데 거짓말에 오도돼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일부 국가가 중국에 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이고 큰 희생을 치르며 바이러스 전염 경로를 최단 시간에 차단해 확산을 막았다"면서 "이런 소송은 중국의 주권을 침범하려는 헛된 망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선 외부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 국무위원은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정 불간섭은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각국이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홍콩의 법 제도와 집행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합법이며, 중앙 정부가 지방 행정 구역의 안보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국제관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송환법 파동 이래 홍콩 급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폭력이 격화되고 외부 세력이 불법 개입해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홍콩보안법은 잠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의 발언은 미국이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에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강력히 반대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그는 한·중·일 3국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면서 "한·중·일이 전 세계 방제에 패러다임을 세웠으며 지역 경제 회복 및 글로벌 경제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