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에는 러시아가 지원…"우리는 호흡기 많아" 자랑도
푸틴과 통화서 "중국 포함한 군비통제 필요"…또 중국 겨냥
"러시아사기극이 두나라 갈라놔"…트럼프, 러에 인공호흡기 지원(종합)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인공호흡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지원은 러시아가 지난달 초 미국에 마스크와 호흡기 등의 의료물품을 제공한 데 대한 '화답' 차원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두 나라의 '복잡미묘한 관계'로 인해 논란이 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다양한 나라를 돕고 있다"며 "러시아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많은 물량의 인공호흡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필요하다면 일부를 보내주고 싶다고 제안했고 우리는 적절한 시간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제의를 수락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아 전화를 걸어왔으며 긴 시간에 걸쳐 통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러분은 75주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라며 "그(푸틴 대통령)는 우리가 매우 큰 성공적인 전쟁의 파트너였기 때문에 나한테 전화를 건 것이다.

그것은 매우 멋진 통화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면 초기 의료장비 부족 사태로 국내적으로 곤욕을 치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자랑해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초 미국에 인공호흡기를 지원했으나, 미국이 제재해온 러시아 회사 KRET의 자회사가 만든 제품으로 드러나 정치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비용을 치르고 호흡기를 구매한 것이라면서 호흡기 구매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외교부 측에선 미국과 '러시아직접투자펀드'가 반씩 비용을 낸다고 반박한 바 있다.

"러시아사기극이 두나라 갈라놔"…트럼프, 러에 인공호흡기 지원(종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과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측간 공모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러시아 사기극'으로 칭하며 "그리고 이것을 기억하라. 러시아 사기극이 러시아와 미국이 서로 상대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들(러시아)은 매우 중요한 나라이고 우리는 가장 막강한 나라이다.

왜 우리가 서로 상대하지 못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사기극인 러시아 사기극이 우리나라와 그들의 나라가 서로 상대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에 대해 논의했다"며 "그것(러시아 스캔들)은 완전한 수치였으며 나는 앞으로 몇 주간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부정직한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을 포함한 군비 통제 협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핵무기 통제를 놓고서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국도 포함한 효과적 군비 통제에 전념하며 돈이 많이 드는 군비 경쟁을 피하기 위한 향후 논의를 고대한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간 핵무기 통제협정은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서명한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이다.

뉴스타트는 양국이 핵탄두 배치를 1천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탑재하는 육상 또는 잠수함 기반 미사일과 폭격기 역시 제한한 협정이다.

러시아는 내년 2월 만료되는 이 협정의 연장을 제안했지만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30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방어적 핵무력이라며 이를 거부해 일부에선 뉴스타트가 연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