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공화당도 세계보건기구(WHO) 때리기에 동참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국제 다자기구의 업무 평가를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WHO 압박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에 편향돼 있다며 연간 5억 달러가 넘는 WHO 자금 지원을 60일간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 제임스 리시 위원장과 외교위 소속 밋 롬니, 마르코 루비오, 토드 영, 데이비드 퍼듀 등 공화당 의원 5명은 '2020 다자지원 검토법'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 법은 다자기구가 그들의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고, 미국의 이익 기여도를 평가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가 대상엔 WHO뿐 아니라 세계은행,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의 개발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에이즈 등 질병 퇴치를 위한 국제 기금, 몇몇 유엔 산하 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38개 기관이 들어간다.

리시 위원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대응에서 WHO가 취한 의문스러운 조치를 봐왔다"며 "우리 지원에 대한 감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19 대확산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은 연일 미국의 코로나19 대확산은 중국이 초기 확산 억제에 실패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토드 영 의원은 그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외교위 산하 다자기구 소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해 왔다. 같은 당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최근 게브레예수스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WHO 개혁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처 실패 책임론으로부터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중국과 WHO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WHO 지원 보류 결정과 관련한 기록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한인 4일까지 제출되지 않았고 이에 소환장 발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엥겔 위원장은 당시 서한에서 "WHO는 이 전례 없는 비상사태 과정에서 실수했고, 난 조직 강화를 위한 개혁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세계가 코로나19 비극에 맞부닥친 상황에서 자금을 끊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화당의 이번 법안은 다자기구 평가를 담당할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폼페이오 장관이 맡고,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을 지명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너무 당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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