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의회에서 논의될 5차 경기부양책에 감세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감세를 거론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급여세와 자본이득세 감면,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제시했다. 대선(11월 3일)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방안으로 감세를 공론화하면서 감세 논란이 대선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윗에서 차기 부양책과 관련해 “급여세 그리고 아마도 자본이득세가 논의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을 위한 소송면책과 함께 식당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비용 공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급여세 감면 방안을 뺀다면 다른 부양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투자세액공제 확대·급여세 감면"…감세로 대선 승부수
급여세와 자본이득세 감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한 부양책을 논의할 때 “올해 남은 기간 급여세를 0%로 낮추자”며 급여세 인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의회의 반대에 부닥치자 각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급여세는 사회보장과 노인 건강보험 재원 확보를 위해 원천징수되는 세금(한국 건강보험료와 비슷)으로 근로자 기준으로 급여의 7.65%다. 사업주도 근로자와 같은 비율로 세금을 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다시 감세 카드를 꺼낸 건 평소 소신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감세를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0%로 인하했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35.0%에서 21.0%로 낮췄다. 기업들이 각종 세금 감면에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저한세율(20%)을 폐지했고 해외에 예치한 현금을 미국 내로 들여올 때 내야 했던 송금세도 대폭 인하했다.

이 같은 ‘트럼프 감세안’은 2018년부터 발효됐고 그 덕분에 미국 경제는 2018년과 2019년에 잠재성장률(1.7~1.8% 추정)을 넘는 2.9%와 2.3% 성장세를 기록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올해 코로나19로 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감세 카드를 꺼내 경기부양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요구가 의회의 벽을 넘긴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요구에 ‘대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며 반대해왔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감세로 얻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라고 공격해왔다. 그러면서 감세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근로자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의료시스템 확충, 주·지방정부 지원 등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친정인 공화당도 지금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요구를 전폭 지지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정부 세제를 다루는 척 그래슬리 상원 재정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급여세 인하 요구에 “지금 당장은 별 생각이 없다”고 정치전문 폴리티코에 말했다. 그 대신 공화당은 5차 부양책에 담길 지원책을 두고 민주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감세보다 ‘기업 면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직원들이 직장에 복귀해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기업이 소송을 당할 위험을 줄이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하지만 5차 부양책에 감세안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대선 국면에서 감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