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권자, 코로나19 극복하려 문재인 정권에 힘 실었다"
日전문가 "靑, 한일관계 재량권 확보…개선 가능성은 작다"
한국 정치나 한일 관계에 밝은 일본 전문가들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유권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결과로 풀이했다.

여당이 국회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한일 관계를 비롯한 대외 정책에서 전보다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일 양국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고 징용 문제 등 양국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한일 관계는 당분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음은 21대 총선에 결과에 관해 일본의 전문가들이 연합뉴스에 밝힌 의견 요지.
日전문가 "靑, 한일관계 재량권 확보…개선 가능성은 작다"
◇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
(여당이 대승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한 결과 한국 국내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상태와 닮았다.

위기가 일정한 수준이 되면서 당시 한국 안에서 결집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높은 투표율과 더불어 '지금 우리가 확실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한국인의 위기의식이 보였다.

야당이 단결하지 못했고 정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도 큰 (여당이 크게 승리한) 이유다.

비례 대표 투표를 보면 야당이 표를 얻었지만, 효과적으로 의석으로 전환하지 못했고 황교안·나경원·오세훈 등 주요 후보자가 여기저기 낙선하고 말았다.

야당의 정책 방향성뿐만 아니라 전략성도 느낄 수 없는 선거였다.

진보파 정권이 한일 관계는 물론 국내정치에서도 처음으로 자신들이 재량권을 얻은 상황이다.

어떤 외교를 전개하고 내정에 관해서 어떤 비전을 그릴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본 관련 정책에 여야의 큰 차이는 있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직접적으로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가 된 것, 이후 미래통합당 안에서 꽤 큰 혼란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에서도 청와대가 프리핸드(재량권)를 가지게 된 것은 중요하다.

만약 이번 승리가 과반을 겨우 차지하는 수준이었다면 예를 들어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졌을 때 (야당의 협력 없이) 일본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제안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다시 체결하려고 해도 야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 문 대통령은 야당이나 당내 반대를 신경 쓰지 않고 대일 외교뿐만 아니라 대미·대북·대중 등 여러 외교를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징용 문제 등 일본이 가장 신경 쓰는 정책에 관해 큰 진전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와프나 지소미아 등에서는 일부 진전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日전문가 "靑, 한일관계 재량권 확보…개선 가능성은 작다"
◇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慶應)대 교수
코로나19 확산에 잘 대응했다고 한국 국민이 인식한 것이 여당이 승리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야당이 패배한 이유가 중요하다.

2월에 야당이 통합해서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대표는 그대로 황교안 씨였고 '새로운 보수'를 만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으며 그것을 국민에게 어필하는 것도 안 됐다.

선거전에 들어가서는 (스스로가) 수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언동이 많았다.

그것이 국민의 실망을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총선 결과 문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법 개혁 등 문재인 정권이 지향하는 개혁을 진전할 것이며 어려운 한일 관계에 별로 힘을 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야당 보수 세력이 주로 안전 보장 면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호소했는데 그런 목소리가 국내적으로 작아질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일본과 타협해서 역사·징용 문제를 안고 있는 어려운 한일 관계를 진전하려는 역학은 별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일본도 한국도 전 세계가 코로나 대응에 모든 역량을 다하고 있어서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을 상황은 아니다.

한동안은 이런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개선되는 방향으로 호전할 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양국 국민 여론·감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지금 일본의 수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 엄격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징용 문제를 비롯해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양국 지도자가 한일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여당이 과반수가 될 수도 있다고도 예상했지만 180석까지 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놀랐다.

초기에는 이번 선거가 과거 3년간 문재인 정권 실적에 대해 평가를 하는 선거였다고 생각했다.

과거 3년 실적을 보면 경제도 어렵지만, 북한 문제도 어느 정도까지는 잘 갔으나 지금 전혀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선거에서) 꽤 어려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코로나19 문제로 한국 국민 사이에 위기감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권이 나름대로 잘 대응했다는 평가도 있었고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본다.

한일 관계는 꽤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이 패배해 레임덕(권력 누수)이 벌어졌으면 한일 관계는 꽤 어려운 국면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이 한일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타협을 하는 등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한 정권이라면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담한 타협을 하고 한일 관계를 잘 관리하려면 문재인 정권이 승리해서 안정된 정권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어떻게 대응할지의 문제도 있다.

문재인 정권이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 하겠지만 그간의 문재인 정권을 보면 '한일 관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한일 관계에서 한국이 그렇게 대담한 타협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면 일본도 대담한 타협을 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긴장이 이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강제 매각을 의미함) 조치가 이뤄지면 더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