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낙인찍기와 차별상황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자 중국 외교부가 "업무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이징 주재 아프리카 대사 그룹은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 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인에 가해지는 차별이 한층 심해진 상황과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보면 최근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중국 당국이 외국인 입국규제를 강화하하는 등 외국 역유입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면서 아프리카인에 가해지는 차별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광저우에선 최근 며칠 사이에 일부 아프리카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집주인으로부터 강제 퇴거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집에서 쫓겨난 뒤 호텔에서도 투숙을 거부당해 며칠간 노숙했다는 사람도 있었다는 글도 올라 왔다.

또한 아프리카인에 코로나19 검사를 수차례 받게 한 다음 그 결과를 일절 알려주지 않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멸시하듯이 피해가고 공공장소에서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중국 관영 언론 등은 광저우 내 '리틀 아프리카'라 불리는 지역에서 나이지리아 국적의 코로나19 확진자 5명이 자가 격리 규정을 위반하고 식당과 다른 공공장소를 돌아다녔다고 보도하며 반(反)외국인 정서를 부추기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사 그룹은 서한에서 "아프리카인에 대한 강제 검사와 격리, 그 밖의 비인간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이 같은 차별 외에도 여권 압수, 비자 취소 위협, 체포와 추방 등의 사례도 함께 언급했다. 앞서 아프리카연합(AU)과 가나 정부 등은 중국 대사를 소환해 직접 자국민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규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모든 차별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아프리카인에 대한 대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발표문에서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에서 반드시 공정하고 우호적인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광둥성 당국은 일부 아프리카국가의 우려를 고도로 중시한다. 어떤 인종주의와 차별성 발언 등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업무 수행 방식을 신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미국 국무부가 지난 11일 광저우 당국이 아프리카인을 겨냥해 여행 이력과 상관 없이 의무적인 검사와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자국 방역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부의 입장은 중국 당국이 이전에 내놨던 반응과 사뭇 다르다. 나아지리아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일 저우핑젠 대사는 나이지리아 하원의장을 만나 '차별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본 뒤 "방역 요원의 행동은 정당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원궈후이 광저우 시장 역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광저우에는 아프리카인 4553명을 포함한 외국인 3만768명이 거주 중이며, 이 중 약 4600명이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관찰대상에 올라있다"며 "감염검사와 14일 격리 등은 모든 역외 유입객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만 겨냥한 게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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