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보기관장 무스타파 카드히미 지명
의회 정파간 내각 구성 놓고 정쟁 계속…코로나19에 정부 지도력 와해
'혼돈의 이라크'…두 달 새 총리만 세번째 지명
이라크의 신임 총리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53) 현 국가정보원(NIS) 원장이 지명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카드히미 지명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광스럽게도 이라크의 새 내각을 구성하는 고귀한 임무를 받았다.

이라크 국민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겠다"라며 지명 사실을 확인했다.

이라크의 신임 총리가 임명된 것은 최근 두 달 새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고서 2월 1일 무함마드 타우피크 알라위 전 장관이 총리로 지명됐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가 알라위 지명자를 반대한 데다 그가 구성한 내각이 이라크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지명 한 달만에 사퇴했다.

알라위 지명자는 의회 주요 정파가 내각 구성에 무리하게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아드난 알주르피 의원을 새 총리로 지명했으나 또다시 내각 구성이 실패하면서 9일 오전 사퇴했다.

알주르피 지명자는 친이란 정파가 친미 성향이라는 이유로 내각 구성에 협조하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

이달 4일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8곳의 대표는 공동 성명을 통해 알주르피 지명자를 '미국의 정보원'이라고 비난하면서 압박하기도 했다.

알카드히미 새 총리 지명자는 헌법에 따라 30일 안에 내각을 구성해, 의회에 제출해 임명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아파 출신인 그는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정치적 탄압을 피해 유럽에 체류해 반정부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자 귀국해 국영 언론사 출범, 인권 보호 단체에 일조했다.

2016년 6월 당시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그를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했다.

AFP통신은 알카드히미 지명자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실용주의적 성향이며 미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라크에 영향이 큰 다른 국가의 주요 인사와 관계가 좋은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는 의회에서 추천한 총리 후보를 대통령이 지명하는데 현재 이라크 의회 구성이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정파가 없는 탓에 연정을 이뤄야 한다.

정당이 없고 소속 구분이 느슨한 정파가 이합집산하는 형태여서 심지어 어느 정파 연대체가 최다 의석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벌어질 때도 있다.

이라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국가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원유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

여느 때보다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한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 정치권에서도 총리가 사실상 넉 달 넘게 공석이 되면서 정부의 지도력이 와해하는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혼돈의 이라크'…두 달 새 총리만 세번째 지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