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자 마스크만을 훔치려는 도둑들이 전 세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번지면서 마스크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계기로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마스크 도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 도난은 이탈리아가 가장 극심하다. 지난 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의료용 방호복을 입은 도둑들이 밤늦게 시내 약국에 침입해 마스크를 훔쳐달아나는 등 마스크 도난 신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며 마스크를 구하더라도 한 개에 2~3만원씩 할 만큼 가장 귀한 상품이다. 절도범들은 이 마스크를 암시장을 통해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17일 독일 쾰른시 한 병원 창고에 보관돼있던 5만개의 마스크가 도난됐다고 보도했다. 이 병원의 대변인은 "평상시는 그 가치를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지금 이들 마스크 도둑을 위한 시장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쾰른시 위기대응팀은 모든 병원과 약국에 마스크 재고 현황을 긴급 파악하고 마스크 보관을 철저하게 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에서도 마스크 도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 초기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시애틀의 타코마 제너럴 병원에서 환자를 가장한 도둑이 침입해 병원이 갖고 있던 의료용 마스크를 다량 훔쳐 달아났다. 지난달 홍콩 요퉁지역에선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팔려던 기업 창고에서 2만5000개의 마스크가 도난됐다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병원에서 마스크 도난 신고가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이에 대한 경계를 높이는 등 의료용품의 품귀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의 의료용품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