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통제·휴교·행사금지에도 이탈리아 사망자 1천명 돌파
미국, 46개주 1천600여명 확진…트뤼도 등 각국 정상도 감염 위험 노출
중국은 확진자 첫 한자릿수…일부 학교 개학 등 일상 복구 움직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거침없는 확산세에 전 세계 국가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도 대응 수위를 높여나가며 학교와 공공시설이 폐쇄되는가 하면, 다중 집회는 취소되고, 일부 국가에선 상점마저 대부분 문을 닫아 일상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일부 국가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이용마저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유럽의 중국'이 된 이탈리아에서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며 누적 사망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선 감염자가 하룻밤 새 360명 가까이 늘어나며 4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에서 환자가 나왔다.

각국의 수장도 예외가 아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트뤼도 총리가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측근이 감염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에 전세계 '셧다운'…미·유럽 확산 속 중국은 소강국면
◇이탈리아 사망자 1천명↑…국경통제·휴교에 대중교통 자제 권고까지
12일(현지시간) 현재 코로나19가 가장 창궐하는 곳은 유럽이다.

국가들끼리 국경을 맞댄 지형적 특징에다 유럽연합(EU) 회원국끼리 자유로운 입출국을 허용한 것이 확산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에 '통합'을 표방하던 유럽 국가들은 결국 국경 통제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며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체코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여행객을 국경에서 막기로 했으며 폴란드는 독일과 체코 국경에서,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 국경에서 각각 건강 검사를 하기로 했다.

슬로바키아는 당장 13일부터 폴란드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전날 스위스는 이탈리아 국경의 소규모 검문소 9곳을 폐쇄하고 양국을 오가는 차량은 대규모 검문소가 있는 주요 도로를 이용하도록 했으며, 지난 10일에는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등 각국이 자국 보호를 위해 국경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내부 통제도 한층 더 강화됐다.

공연이나 운동경기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일 수 있는 행사는 모두 취소됐으며 박물관, 미술관 등 다중 이용시설도 문을 닫았다.

한발 더 나아가 이탈리아는 전날 식료품점 약국, 주유소 등 필수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소의 영업을 2주간 금지했다.

프랑스는 16일부터 초중고교와 대학의 무기한 휴교를 결정했으며 리투아니아도 2주간 모든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에서도 교육기관이 문을 닫는다.

심지어 덴마크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확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 및 통계 기관에 따르면 '제2의 중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확진자가 2천명 이상 증가하며 12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만5천113명에 이른다.

특히 하루 새 사망자가 189명 늘어나며 누적 사망자가 1천16명을 기록,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0일 만에 사망자 1천명 기록이 깨졌다.

코로나19는 주변국에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스페인에선 이날 확진자 수가 3천명을 넘어섰고,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도 확진자가 하루 동안 546명이 늘어 공포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에 전세계 '셧다운'…미·유럽 확산 속 중국은 소강국면
◇미국, 확진자 1천600명 돌파…정치·경제·문화 전방위 '셧다운'
미국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CNN은 12일 오후 기준으로 미국 내 감염자를 사망자 41명을 포함한 1천596명으로 집계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1천663명으로 파악했다.

앨라배마, 알래스카, 아이다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4곳을 제외한 46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서 환자가 나와 사실상 미 전역이 뚫렸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수도 워싱턴DC 등 일부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미 정치의 상징인 백악관과 의회는 일반인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대선을 앞둔 주자들은 선거 유세 집회를 취소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는 13일부터 방문객을 받지 않기로 했다.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뉴욕에선 500명 이상 규모의 집회가 금지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13일부터 잠정적으로 3개 시설을 닫기로 했으며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은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

유엔본부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또 로스앤젤레스(LA)의 디즈니랜드에 이어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도 문을 닫는 등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관광 명소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도 모두 시즌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프로야구(MLB)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정규리그 개막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버드·스탠퍼드·프린스턴·컬럼비아 등 명문 대학이 줄줄이 오프라인 강의를 중단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고, 뉴욕·워싱턴·코네티컷·테네시·버지니아·오하이오·메릴랜드·뉴멕시코·켄터키·조지아주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초중고교가 문을 닫았다.

사실상 국민들의 일상생활 영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같은 상황을 전하며 "미국이 셧다운하고 있다"고 평했다.

코로나19는 톰 행크스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각국 정상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트뤼도 총리까지 2주간의 격리에 들어갔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원 중 1명이 감염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감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브라질 수행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이란과 영국 등에서도 정부 각료들의 확진 소식이 잇따랐다.

코로나19에 전세계 '셧다운'…미·유럽 확산 속 중국은 소강국면
◇'종식단계' 접근한 중국은 단계적 개학 등 일상 복구 움직임
이처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 발원지였던 중국은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근하며 다른 국가들과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는 8명, 사망자는 7명이었다고 13일 밝혔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9일 19명, 10일 24명, 11일 15명을 기록한 데 이어 12일에는 8명으로 감소했다.

신규 확진자가 한자릿수까지 떨어진 것은 중국 정부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특히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지역의 신규 확진자수는 3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모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판단하에 마비 상태였던 일상도 서서히 복구되고 있다.

칭하이(靑海)성에서 지난 9일 일부 고등학교와 직업학교가 다시 문을 연 가운데 구이저우(貴州)성과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는 오는 16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개학할 예정이다.

다른 지역은 개학 시기를 이달 말로 정했다.

산시(山西)성은 3월 25일에 고교 3학년생의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윈난(雲南)성은 30일까지 초중고가 모두 개학한다.

후베이성에서도 점차 통제가 완화되며 우한(武漢)에서는 방역 작업과 관련 있거나 생활 필수용품 생산 업체, 공급망에 핵심적인 기업 등은 당국의 승인이 있으면 엄격한 방역 조치 하에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