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서 입국 차단·경제 구제책 등 제시…위기감 속 대응역량 시험대
"국민보호 위해 권한 결집"…집무실 연설은 작년 '국경장벽' 이후 두번째

코로나19 확산에 마음 급해진 트럼프…팬데믹선언 날 대국민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백악관 집무실에서 황금시간대 TV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특히 유럽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미국 내 확진자도 1천명을 넘는 등 확산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선 것은 취임 후 이번까지 두 번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결국 그를 이렇게 드문 자리에 앉힌 셈이다.

코로나19로 증시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비난 속에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9시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생중계된 연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예기치 못한 도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역량을 결집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유럽에 대해 13일부터 30일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입국 금지에 해당하는 강력한 조치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26개국에 적용된다.

코로나19 국내 대책에 대해선 아프거나 격리되거나 타인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에게 재정적 구제책을 제공하도록 관련 기관에 지시하고 의회에도 협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개인과 사업체에 대한 3개월간의 납세 유예를 지시했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도 관련 부처에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 즉각적인 급여세 경감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입법을 통한 지원을 촉구했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일련의 대책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이 사태가 '발등의 불'이 됐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코로나19를 독감에 빗대며 독감 환자 흉내를 내는 여유를 보였지만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웃음기는 사라졌다.

AFP통신은 "트럼프는 처음에는 단지 소수의 미국인만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협을 경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잘 통제하고 대응해왔다고 강조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감염이 확산할 경우 늑장 대응이나 판단 착오를 둘러싼 비판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 중요한 지렛대로 여기는 경제가 타격을 받고 여론이 악화한다면 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총력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의 동맹국들과 빈번히 연락해왔다"며 "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민간 부문의 모든 권한을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다"라며 "단지 한 국가로서, 한 세계로서 함께 극복할 일시적 순간"이라고 위기감 불식에 주력했다.

아울러 "이것은 현대사에서 외국의 바이러스에 맞서기 위한 가장 공격적이고 포괄적인 노력"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국이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해 왔지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매우 빠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 팀은 세계 최고"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백악관 집무실 대국민 연설은 지난해 1월 8일 이후 1년 2개월여만이다.

당시에도 방송사 황금시간대(프라임 타임)인 오후 9시에 대국민 연설을 했고 중계 시간은 약 9분이었다.

이번은 약 9분 30초였다.

작년 연설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놓고 민주당 하원과 극한 대치하면서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까지 초래된 상황에서 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지원이 주제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과거 대통령들은 백악관 집무실의 대국민 연설을 전쟁과 같은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 단합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CNN은 이날 연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팬데믹에 대한 그의 반응에 대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 후 집무실에서 보기 드문 대국민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