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고령층 등 지지로 승부처 미시간 승리…갈길바쁜 샌더스와 격차 더 벌려
NYT "미시간 승리로 레이스 지배"…17일엔 '경합주' 플로리다 등 4곳 경선
첫 양자대결서 샌더스에 '압승'한 바이든…판세 굳히기 가나(종합)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이 2파전으로 압축된 후 처음 치른 10일(현지시간) '미니 화요일' 승부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14개주가 경선을 치른 3일 '슈퍼 화요일'에 이어 6개 주가 경선을 한 이날 최대승부처인 미시간을 비롯한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쥔 바이든은 샌더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질주했다.

초반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샌더스는 중도 진영의 '단일화'로 바이든에게 승기를 뺏긴 뒤 이어진 승부처에서 다시 패해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향후 경선도 현재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남은 일정은 '장기전' 양상보다 바이든이 굳히기에 나서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91% 개표 집계 기준으로 미시간주에서 52.9%를 기록해 샌더스 상원의원(36.6%)을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섰다.

미주리주와 미시시피주에서는 각각 95%, 89% 개표 결과를 기준으로 60.1%, 81.0%의 득표율로 각각 34.5%, 14.8%에 그친 샌더스 의원을 압도했다.

아이다호주도 98% 개표된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8.9%의 득표율로 42.5%의 샌더스 의원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했다.

경선 시작 전 '대세론'까지 거론됐던 바이든은 초반 참패로 위기에 몰렸지만,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이오와·뉴햄프셔 등 백인이 많은 초기 경선 지역을 벗어나 유색 인종 비중이 높은 전국으로 무대가 넓어진 것은 흑인 지지가 두터운 바이든에게 유리한 요소가 됐다.

롱런의 기로였던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승한 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잇따라 사퇴하며 경선 지형이 극적으로 바뀐 것도 큰 힘이 됐다.

중도 진영이 '반(反) 샌더스' 기치 아래 결집해 바이든이 상승의 모멘텀을 마련했고 슈퍼화요일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퇴진,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

첫 양자대결서 샌더스에 '압승'한 바이든…판세 굳히기 가나(종합)
이날은 바이든이 양자 구도에서 샌더스와 치른 첫 정면 대결에서 이겼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날 경선을 한 곳 중 가장 많은 대의원(125명)이 배정된 최대 승부처인 미시간 승리는 의미가 작지 않다.

미시간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소수 민족이 존재해 미 전역의 인구 구성비를 잘 반영하며 시골과 도시, 교외거주 인구도 적절히 섞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로 꼽히는 미시간은 11월 대선에서 승부를 좌우할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이곳에서 초접전 끝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47.50% 대 47.27%로 불과 0.23%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뒀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미시간을 11월 대선의 '시험대'로 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축소판인 이곳의 결과는 본선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판별할 가늠자라는 것이다.

바이든의 승리는 흑인과 고령층을 비롯해 저학력 노동자, 교외거주자 등의 다양한 지지에 힘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풍부한 국정 경험을 토대로 한 안정감과 당선 가능성을 강조해온 선거전략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출구조사 결과 위기 시에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미시간주 유권자의 절반은 바이든을 선호한다고 했고, 샌더스를 고른 답변은 약 3분의 1에 그쳤다.

미주리주에선 65세 이상 고령층, 흑인,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 중 약 4분의 3이 바이든을 지지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시간에는 바이든 지지층인 흑인과 교외거주 투표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교외거주 투표자는 경제적으로 부유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계층으로 '중도 표심'을 대표하는 유권자 그룹으로 평가된다.

이는 바이든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당선 가능성'과도 맥이 닿는다.

반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강성 진보' 성향 때문에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보수 지지층이 확고한 공화당, 진보 지지층이 확실한 민주당 사이에 중도 표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대선에서 그의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를 본선 상대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은 미니 화요일에도 승리하면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CNN은 "오늘 밤은 민주당 경선 싸움에서 전환점"이라며 "바이든과 샌더스의 첫 정면 대결이지만, 그것은 그 이상"이라면서 향후 선거운동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오늘 밤은 변곡점"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에서 승리한 바이든이 (경선) 레이스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의 상승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아직 '매직 넘버'까지는 갈 길이 남아있다.

NYT에 따르면 이날 경선 전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는 바이든 670명, 샌더스 574명이다.

이날은 352명이 배정돼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대의원 3천979명이 선출되는데 이날 결과까지 포함, 총 1천864명의 대의원이 뽑힌다.

나머지 2천115명은 아직 남아있다.

민주당은 14일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서 6명의 대의원을 뽑는 '징검다리' 경선을 지나 1주일 뒤인 17일에는 대의원 수가 4번째로 많은 큰 승부처의 하나인 플로리다가 포함된 4개 주에서 경선을 펼친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219명)와 애리조나(67명)를 비롯해 '러스트 벨트' 오하이오(136명), 일리노이(155명)에서 577명의 대의원이 선출된다.

4년 전 경선에서는 4곳 모두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샌더스를 눌렀다.

AFP통신은 17일 주요 경합주에서 투표가 진행된다며 당일 결과가 "다시 한번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첫 양자대결서 샌더스에 '압승'한 바이든…판세 굳히기 가나(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