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또다시 급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다. 지난달 18일 약 7년 만에 온스당 1600달러(약 190만원)를 넘어선 국제 금값은 곧 온스당 1700달러(약 202만원) 선도 뚫을 기세다. 골드만삭스는 "금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강한 면역력을 보이는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8% 뛴 온스당 1681달러(약 200만원)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가격에 비해 약 7% 뛰었다. 금값이 1680달러를 넘어선 건 2013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외신들은 금값의 상승세가 최근 유독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값이 이번 한 주 동안 7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라고 전했다. COMEX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지난 2일 이후 5거래일 동안 7%가량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증시가 최근 폭락장을 이어가면서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한 투자자들이 금 선물 시장을 찾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 조사 부문 대표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른 모든 자산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을 때 금만은 계속 가격이 상승세다"라며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대폭 인하한 것도 금값 상승세를 부추겼다. COMEX 금 선물 4월물 가격은 지난 3일 하루 만에 3.1% 급등했다. 이날은 Fed가 코로나19 사태 대처 차원에서 예정에 없던 특별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50bp나 내렸던 때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얼마나 더 오래 랠리를 이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온스당 1800달러'가 중론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사태가 2분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제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금값이 1~2년 내에 온스당 2000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 9월 9일의 온스당 1923.7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