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 75개국 조사해 '성 사회규범 지수' 발표
"기본영역에선 불평등 줄었는데도 '힘의 차이' 여전한 이유 보여줘"

전 세계 인구의 90%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유엔의 새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정치인·기업임원 남자가 낫다" 세계인구 90%가 여성에 편견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7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 사회규범 지수'(Gender Social Norms Index·GSNI)에 따르면 성 평등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수십년간의 노력에도 인구의 90%가 여전히 여성에 대한 한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차별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GSNI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인구 비율을 지수화한 것으로, 사회적인 믿음이 정치·교육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성 평등을 가로막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남녀를 모두 합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남성이 더 좋은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 임원으로 남성이 낫다'고 답한 비율도 40%를 넘었다.

일자리가 부족할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답도 50% 가까이 됐다.

심지어 28%는 남성이 여성을 때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편견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인구 중 단 0.27%만 아무런 편견이 없다고 답했다.

반대로 가장 낮은 국가는 유럽 서남부의 안도라로, 72%가 편견이 없다고 답했다.

"정치인·기업임원 남자가 낫다" 세계인구 90%가 여성에 편견
UNDP는 2010~2014년 조사를 토대로 한국에서 여성에 대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편견을 갖고 있는 인구 비율을 87.07%로 집계했다.

최소 2가지 이상 편견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62.91%였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여성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경제·교육·신체 등 분야별로 나눠 들여다보면 교육에서의 편견이 25.67%로 가장 낮았고, 정치 관점에서의 편견은 63.6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선진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 인구의 39%는 남성이 정치지도자로 더 낫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 총리를 둔 뉴질랜드는 이 비율이 27%로 낮았다.

UNDP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보건이나 교육 같은 기본 영역에서 성적 불평등이 줄어들었는데도 기업이나 정치 체제, 경제 분야에서 남녀 간 거대한 '힘의 차이'(power gap)가 여전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남녀의 투표율은 비슷하지만 전 세계에서 여성의 의석 점유율은 24%에 불과하고, 193개국 중 여성이 국가 원수인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하다.

게다가 여성 국가 원수의 수는 2014년 15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노동시장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고위직에 올라갈 가능성은 작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소속 기업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기업은 6% 미만이다.

페드로 콘세이상 UNDP 인간개발보고서국장은 "1990년 이래 모성 사망률이 45%나 줄고, 초등학교 입학률이 동등해졌지만, 힘의 관계나 진정한 평등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영역에선 성에 따른 차이가 여전하다"며 "오늘날 성 평등의 투쟁은 선입견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런 여성에 대한 편견이 성 평등을 달성하고,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길을 막는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된다고 UNDP는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