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홍콩보다 상황 어려운 대구 분들께 도움 되길"
"대구시민에 양보하겠다" 마스크 수령 사양한 홍콩 교민들
"홍콩은 급한 대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니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분들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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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시민을 위해 정부에서 배포하는 마스크를 양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홍콩 총영사관과 홍콩 한인회, 한인상공회는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정부에서 보내 준 마스크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마스크 2만여개를 배포하기로 했다.

총영사관과 각 기관은 사전 신청을 받아 번호표를 배포해 3일부터 준비한 마스크를 배포했다.

또 미처 신청하지 못한 교민을 위해 4일부터 이틀간 미신청자에게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추가 배포를 하기로 했다.

각 단체에서 준비한 마스크는 KF94, KF80, N95 등 성인용 1만5천개와 아동용 5천개였다.

총영사관은 공지 말미에 배포하고 남은 마스크를 홍콩한인회를 통해 전량 대구 지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원진 홍콩 총영사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이미 한 차례 배포했는데 아동용 마스크 등이 조금 남았고, 이후에 한인회와 한국상회를 통해 마스크가 또 모이게 돼 다시 배포 계획을 세웠다"면서 "혹시 남는 마스크가 있다면 홍콩보다 더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해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의 공지를 본 홍콩 교민들은 '대구에 기부하겠다'는 마지막 문구를 보고, 자진해 마스크 수령을 사양하기 시작했다.

홍콩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고 가격도 비싸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수월하다는 게 이유였다.

한 교민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홍콩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마스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면서 "병상이 부족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분들에게 마스크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 배포가 마감된 뒤에 5천여장의 마스크가 남았다고 총영사관은 전했다.

이학균 재외국민보호 담당 영사는 "처음 공지를 할 때 혹시 마스크가 남게 되면 대구에 보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교민분들께 전달했다"면서 "일부 교민은 사전 신청을 하고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이어 "이미 배포는 마감이 됐기 때문에 홍콩한인회를 통해서 나머지 수량 5천여개를 대구에 보낼 계획"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해외에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