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품목 수출통제법 위반 가능성 적시…곧 수사 여부 결정

스위스 당국 'CIA 비밀 암호장비업체 소유 의혹' 형사고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위스 암호 장비 회사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타국의 기밀을 빼냈다는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스위스 사법당국에 접수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법무부는 경제부 산하 국가경제사무국(SECO)이 지난달 2일 자로 관련 고발장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CIA가 비밀리에 소유한 스위스 암호 장비 회사 '크립토AG'를 활용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밀 정보를 빼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CIA는 냉전 시대 서독 정보기관 BND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크립토AG가 세계 각국에 판매하는 장비의 프로그램을 조작, 기밀정보를 쉽게 해제·취득할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크립토AG는 암호 장비 제작·판매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업체다.

국가안보 등과 관련한 민감 품목의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SECO는 해당 고발장에 크립토AG가 정부의 '수출통제법'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AG가 당국에 허위 신고하고서 수출 통제 품목인 암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팔아넘겼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법무부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의혹이 중립국 지위를 가진 자국의 국제 위상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정부 내 누군가가 CIA의 작전을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스위스 정부는 전직 대법관을 조사관으로 임명해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조사관은 오는 6월 말까지 임무를 마치고 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회를 중심으로 스위스 정부 내에 CIA 작전을 은폐한 인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정식 수사해야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앞서 스위스 현지 한 언론은 과거 스위스 일부 장관과 의원들이 크립토AG를 둘러싼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