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함부르크 지방의회 선거에서 지역 사상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함부르크 지방정부가 이날 발표한 초기 개표 결과에 따르면 CDU는 11.2%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번 선거 때보다 득표율이 약 4%포인트 낮아졌다. 1위와 2위는 각각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39.0%)과 녹색당(24.2%)이 차지했다.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함부르크 지방선거 결과는 독일에서 정당별 지지율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작용한다.

독일 현지 언론은 CDU의 추락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이번 선거 결과는 CDU가 위기를 맞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CDU는 최근 대외적으로 독일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무능을 걸고넘어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꼽히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CDU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나고 차기 총리 후보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5일 튀링겐주 총리 선출 과정에서 CDU 소속 의원들이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야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CDU는 AfD를 ‘나치 정당’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CDU는 현재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