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안에 대한 지식인들의 소통 창구였던 '다자' 폐쇄
전문가 "중국 당국, 공식적인 정보 강요하고 여론 통제"

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업이 운영하는 '오피니언 블로그'가 돌연 폐쇄됐다.

텐센트(騰迅·텅쉰) 그룹의 오피니언 블로그인 '다자'(大家)가 지난 19일 갑자기 폐쇄되고, 이 블로그의 홈페이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다자는 텐센트 그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微信·웨이신)의 공식 계정 가운데 하나로, 2012년 가동 이후 중국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지식인들의 의견을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돼 왔다.

텐센트 측은 다자의 폐쇄 이유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하지만 다자의 폐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을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 '오피니언 블로그' 폐쇄…"코로나19 비판여론 통제의도"
다자에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언론인 및 지식인들의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예컨대 지난 1월 27일에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공식 매체의 보도를 비판하는 언론인 천즈빙의 글이 올라왔다.

천즈빙은 당시 "(코로나19의) 첫 번째 사례가 12월 8일에 발생했는데도, 언론 매체는 보도하지 않고 40일가량 대중을 단지 '진정'시켰다"고 꼬집었다.

홍콩대 저널리즘·미디어 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밴더스키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인 정보를 강요하고, 여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주요 SNS 관련 기업에 감독기관을 설치해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AC가 감독기관을 설치한 기업은 웨이보(微博) 모기업인 시나(新浪),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위챗(微信)의 모기업인 텐센트 등이다.

CAC는 감독기관 설치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지방정부가 좋은 사이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도 지난 3일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SNS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을 속속 차단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한때 SNS상에 후베이(湖北)성과 우한(武漢)시 등 지방정부 당국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당국을 비판하는 글들을 찾기 어렵다.

중국 당국은 불리한 정보를 걸러내고, 민감한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에 빗대어 '만리 방화벽'이라고 부른다.

언론인인 제임스 그리피스가 '중국의 만리 방화벽(The Great Firewall of China)'이란 책에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실태를 폭로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