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내 격론…국무부가 귀국 최종 결정
일본 크루즈선 '양성판정' 미국인 14명, CDC 반대에도 귀국
일본 크루즈선에서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미국인 탑승객들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국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6일 밤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있던 미국인 승객 328명이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 중 14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지받았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한 배에서 내린 승객들이 옮겨탄 버스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지구 반대편 워싱턴D.C.에서는 이들 14명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들을 다른 미국인들과 함께 전세기에 태워 데려오느냐, 아니면 일본 내 병원에 남겨두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서다.

국무부와 고위 보건 관리는 이들을 귀국시키기를 원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증상이 없었고 항공기 내에서도 격리돼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CDC 관리들은 반대했다.

감염자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귀국은 당시까지 15명이었던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거의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CDC의 부국장 앤 슈캇은 감염자들을 비행기에 태우는 데 반대했다.

슈캇 부국장은 미국 정부가 크루즈선 승객들에게 감염자나 유증상자들과 함께 대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염 통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앤서니 파우치도 슈캇 부국장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고,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HHS)의 차관보 로버트 캐들렉은 비행기에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나올 때를 대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반대했다.

미국 정부가 준비한 전세기 2대에는 사방이 플라스틱 벽으로 둘러싸인 18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감염병 의사가 동승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국무부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들 14명도 이미 대피 궤도에 올라선 뒤였고 규정에 따라 이들도 귀국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CDC는 감염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슈캇 부국장은 CDC를 대표해 보건복지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CDC는 이 문제에 명시적으로 반대했다"며 "우리가 조언했다고 언급돼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경우 우리의 조언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크루즈선에서 내린 미국인들을 태운 전세기가 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도착하기 약 1시간 전 국무부는 탈출한 승객 중 1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CDC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WP는 이달 12일 열린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청문회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태의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

부인과 함께 이 배에 타고 있던 의사 아널드 호플랜드가 의사 출신인 친구 필 로(공화·테네시) 하원의원에게 악화하고 있는 배의 상황을 전했다.

고위 관리는 "그것이 국면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가 되자 워싱턴D.C.에서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 참가한 모든 정부 기관 사이에 미국인들을 대피시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