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총선 하루 앞 '선관위 역할' 헌법기관 제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일(현지시간) 이란 헌법기관인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 위원 5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날 미 재무부의 SDN 명단에 오른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중에는 이 기관의 대표자 격인 아흐마드 잔나티 사무총장이 포함됐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최고지도자와 사법부 수장이 각각 6명씩 추천한 이슬람법학자(고위성직자) 12명으로 구성되는 헌법기관이다.

이 기관은 의회(마즐레스)를 통과한 법률의 최종승인권을 행사(상원 역할)하고, 이슬람혁명 헌법의 최종 해석(헌법재판소 역할), 대선·총선 예비 후보의 사전 자격심사 등 선거 업무(선거관리위원회 역할)를 맡는다.

21일 이란에서 의회 총선이 예정된 만큼 미국 정부는 이를 겨냥해 선관위 역할을 하는 헌법수호위원회의 위원을 제재함으로써 이란 통치 체제의 민주적 요소인 직접 선거와 국민의 참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이날 제재 대상에 오른 5명은 모두 총선 예비 후보 자격 심사를 담당한 내부 조직인 선거감독회의 소속이다.

OFAC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총선 예비 후보의 사전 자격을 심사하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란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데 그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자유롭고 공평한 선거를 방해했다"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헌법수호위원회는 예비 후보 1만4천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를 자격 심사를 통해 탈락시켰다.

탈락자 가운데 상당수가 서방과 협상에 우호적인 중도·개혁파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정권의 악의적 의제에 유리하게 선거를 조작하는 행위를 참지 않을 것이다"라며 "오늘 제재는 이란 국민이 자유롭게 지도자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이란 정권의 고위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는 의미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제재의 근거는 지난해 6월 24일 발효된 미 대통령 행정명령 13876호에 근거했다.

이란의 테러 지원 행위를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행한 이 행정명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SLO)을 제재하고 최고지도자에게 임명된 이란 공무원까지 제재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임의적인 내용이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과 관련된 미국 내 실명·차명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 금융·자산거래와 미국 입국을 막는 1차 제재뿐 아니라 그와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 법인, 조직도 제재 대상이 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