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 안해"…내년 1월 포인트기반 취업이민제 시행
저임금 외국인노동력에 의존하던 분야 타격 예상…재계, 인력난 우려
영국, 이민규제 대폭강화…"숙련기술·영어능력 본다"
영국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현행보다 더 높은 영어사용 능력을 요구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새 취업이민제도를 발표하면서 "더는 유럽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서비스산업에서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업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수기술·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이민 포인트를 부여하고 일정 포인트 이상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새 취업 이민제도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프라티 파텔 내무장관은 "적절한 기술을 갖춰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인트 기반의 이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후의 상황을 위해 설계했다는 새 제도에서는 영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은 자신이 갖춘 기술 수준과 영어 사용 능력, 영국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새 이민정책을 담은 영국 정부 문서는 "우리 경제를 유럽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 투자와 자동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주들은 (이런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제도에서 EU 회원국 시민은 최장 6개월까지 비자 없이 영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우대는 없다.

영국은 EU 회원국 시민이나 비회원국 시민을 모두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새 이민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영국의 숙박업, 요식업 등 서비스업을 지탱했던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이 매우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영국의 이민정책자문위원회(MAC)는 새 제도의 기준으로 보면 2004년 이후 영국에 입국한 유럽경제지역(EEA) 시민의 70%가 비자를 발급받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추산했다.

영국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이민규제 대폭강화…"숙련기술·영어능력 본다"
일간 가디언은 기업인들이 새 이민정책으로 실업률이 늘고 공장 폐쇄가 이어져 "재앙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보건 부문과 식품산업에서 간병인과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용자단체인 채용고용연맹(REC)의 톰 하들리 정책국장은 "정부가 '저숙련'이라고 보는 일자리들은 사실 우리 경제의 성장과 웰빙에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이번 발표는 영국인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내쫓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도 정부의 이민규제 강화를 비판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다이앤 애벗 내무장관은 "모든 숙련 수준에서 우리가 필요한 인력을 끌어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취업비자 발급 시 영어사용 능력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에 대해 "영국에 일하러 오는 사람 대부분이 영어를 구사한다.

가령 영어를 대단히 잘하지 못하는 수학 천재가 오는 것을 막을 것인가? 잔혹하고 파괴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