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갈등·탈레반 평화협상·경제개발·테러 대응 등 난제 수두룩

재선 성공한 아프간 가니 대통령…앞길엔 과제 산적
아슈라프 가니(71)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8일 재선에 성공했지만, 앞길엔 과제가 산더미다.

2001년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된 가운데 선거 관련 정파 간 갈등, 탈레반과 평화 협상, 경제 개발, 부패 척결, 테러 대응 등 여러 난제가 수두룩한 상태다.

당장 이번 선거와 관련해 득표율 2위의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선거 과정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각종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압둘라 최고 행정관은 2014년에도 1차 투표 승리 후 결선 투표에서 패배하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중재 끝에 가니는 대통령, 압둘라는 최고 행정관을 맡으며 권력을 나눠 가졌다.

압둘라 최고 행정관뿐만 아니라 야권 후보 대부분도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가니 정부는 이들을 끌어안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가니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다른 민족 등과 광범위한 연합 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

실제로 아프간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 출신인 가니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한때 정적이자 현재 내무부 장관을 맡은 암룰라 살레를 골랐다.

살레 장관은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타지크족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겨온 탈레반과 평화협상도 추진해야 한다.

탈레반은 2018년부터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섰고 양측은 지난해 9월 미군 일부 철수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협상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정식 서명에는 실패했다.

평화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사망' 선언으로 완전히 결렬됐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재개됐다.

최근 미국과 탈레반은 7일간 자살폭탄테러 등 일체의 폭력행위를 자제하는 '폭력감소'(reduction in violence) 조치를 이행하기로 하는 등 임시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거부감으로 인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는 배제된 상태다.

다만, 미국과 탈레반이 예정대로 이달 말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되면 이후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가니 대통령은 평화 구축을 추진하면서 탈레반과는 권력 분할 등을 놓고 담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가니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는 평화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고 적절한 계획도 갖고 있다"며 "평화협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전(停戰)이 필요하다"며 탈레반을 압박하기도 했다.

재선 성공한 아프간 가니 대통령…앞길엔 과제 산적
오랜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난 정부가 선거까지 치른 바람에 앞으로 더욱 큰 경제적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아프간의 정치를 안정시켜 나가려면 경제·사회 개발에 52억달러(약 6조2천억원)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근절되지 않는 부패도 문제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의 부패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9월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비용으로 예정된 1억달러(약 1천190억원)와 또 다른 원조 6천만달러(약 710억원)를 보류했다.

아프간 전쟁에서 8천억달러(약 951조원) 이상을 지출한 미국이 국제 원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돈을 회수한 것은 매우 드문 일 중 하나였다.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의 움직임도 골칫거리다.

2014∼2015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본격 진출한 IS는 현지에 'IS 호라산 지부'를 만드는 등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호라산은 이란어로 '해뜨는 곳'을 뜻하며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뜻한다.

아프간 IS는 지난해 8월 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결혼식장 자폭 공격 등 여러 건의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이슬람 수니파인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 IS는 최근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 기류를 틈타 영향력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유세 때 "전쟁을 끝내고 모든 아프간인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든 가정에 전기를 연결하겠다는 복지 공약과 함께 경제 개발 계획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