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명 신규확진에 둔화설 의문…기존 전망치 수정 목소리
WHO "중요변화 아니다" 항변…WSJ "전망 노력에 찬물 끼얹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범위를 바꾸면서 확진자가 하루 사이 1만5천명이나 폭증하자 혼란이 뒤따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떨어졌다고 강조한 지 하루 만에 통계작성 방식을 바꾼 터라 기존 추산이 쓸모가 없게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목격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국에서는 정부 관리들이나 전염병학자, 산업계가 사태 초기부터 분석해온 전망치를 수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하고 정점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에 따라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중국 당국이 통계를 수정해 확진자 급증을 발표한 직후 약세로 돌아섰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억제될 것이라는 낙관이 급변했다는 점을 가리키는 단적인 동향으로 주목됐다.

코로나19 확산세 안갯속…중국통계 수정 탓 의료계·업계 혼선
이 같은 혼선 속에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확진자 수를 발표한 직후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새로 빨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후베이성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를 정하는 기준이 바뀔 수 있다며 "바이러스의 확산이 늦어졌고, 전국의 신규 확진자 수도 점진적으로 줄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호흡기 질병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도 3월 전에 코로나19가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도 중국의 통계 수정에 대해 "발병의 궤적에 중요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진자 수 급증은 "추후 보고"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WSJ도 일단 이번 통계변화 그 자체는 후베이성 당국이 확진 범위에 임상 진단 사례를 추가하면서 벌어진 일회성 현상으로 해석했다.

중국 당국이 12일 발표한 새 확진자 1만5천여명 가운데 1만3천332건은 소급해서 재분류한 사례다.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존 니콜스 홍콩대 병리학 교수는 "기준 변경이 실제 감염자 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염의 실제 발생 정도를 파악하고자 고려 대상의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안갯속…중국통계 수정 탓 의료계·업계 혼선
그러나 애초에 중국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은 데다가 이번 사태에서도 당국의 실태은폐 논란이 되풀이된 만큼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어떤 통계를 발표하더라도 실제 상황이 통계상 수치보다 나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실제로 후베이성과 달리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유전자 확진 검사나 실험실에서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통계에 확진자가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에서 감독 임무를 안고 우한에 파견된 천이신(陳一新)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은 우한 감염자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수치가 없다며 감염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기존 통계가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통계마저 갑자기 변한 이번 사태는 예측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스 홍콩대 병리학 교수는 "통계변경 때문에 자료를 소급해 분석해야 하는 난제가 생겼다"며 코로나19 확산세의 큰 궤적을 진단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WSJ은 "통계기준 변경이 코로나19 발병의 전체 전망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요약했다.

감염자의 정확한 수나 신뢰할 통계가 없으면 코로나19 대책을 결정하는 토대가 될 치사율, 감염률 등을 작성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호흡기 질환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석연찮게 통계기준을 변경한 까닭이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에 대규모 병원이 신설되면서 환자 수용 능력이 늘어난 데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