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페인당 약진한 총선이변, 비싼집값·부실의료 등 경제성장 온기실종 탓"
청년들 기득권정치 불신…영국 코빈·미국 샌더스 돌풍과 유사
민생불만에…기성정당 대신 '테러 흑역사' 신페인 민 아일랜드
테러에 개입해온 어두운 역사가 있는 신페인당(Sinn Fein)이 아일랜드 총선에서 선전한 원인으로는 경제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아일랜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딛고 지난 10년간 회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 서민들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의회선거를 집권당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과 야당인 공화당(Fianna Fail)에 대한 대중의 준엄한 심판으로 9일 평가했다.

이들 중도우파 정당은 100년 가까이 권력을 주고받으며 기득권 양당정치를 굳혀온 세력이다.

민생경제를 망치는 기득권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 총선에서 신페인당이 공을 들인 의제였다.

신페인당은 친기업정책, 긴축재정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감축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된 서민들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경제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지닌신페인당은 기업감세와 치솟는 집값을 비판하며 자신들이 국민의 일상을 챙기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주택난, 노숙, 부실 의료서비스, 비싼 의료보험료 등을 둘러싸고 불만을 품은 표심이 통일아일랜드당, 공화당에 대한 환멸을 넘어 신페인당으로 향한 것으로 관측됐다.

현지신문인 아이리시뉴스의 정치해설가인 대글란 데 브래던은 WP 인터뷰에서 "정부는 경제가 호조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얻지 못한다고 느꼈다"고 여론을 소개했다.

브래던은 "실제로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에 가면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을 어느 지역에서나 예외 없이 마주치게 된다"고 단적인 예를 들었다.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의 마이클 마시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우파들이 득세하는 환경에서 좌파들의 주장이 대중적 인기를 크게 누릴 수 있다"며 "대다수 유럽국가와 달리 아일랜드는 좌파가 집권한 적이 없는 까닭에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젊은이들의 표심을 거론하며 신페인당을 향한 대중의 지지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득세와 속성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저소득, 높은 집값, 부자감세에 대한 분노,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지역의 임대료 급등으로 나타나는 공동화 현상) 등에 고통을 받는 젊은이들이 선거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 공통점으로 제시됐다.

신페인당의 전통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민생경제에 대한 아일랜드인들의 불만은 심각한 수위에 이른 것으로 확인된다.

신페인당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며 과거 수십년간 테러를 자행해온 북아일랜드의 무장세력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그런 정체성 때문에 신페인당은 아일랜드에서 안정적인 정당이라는 인식을 얻지 못했고 과거에 대중의 지지도 그만큼 낮았다.

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신페인당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신페인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제적 소외감이 주요 주제가 된 이번 총선에서 신페인당의 정체성은 대중의 입에 심각하게 오르내리지 않았다.

NYT는 "기득권 정치가 신페인당을 상대로 도를 넘은 정파, 선거를 치르지 말아야 할 정파라고 색깔 공세를 벌이다가 큰 꾸지람을 들은 셈"이라고 선거 결과를 해설했다.

신페인당은 IRA의 폭력으로 아일랜드 통일을 이룰 수 없음을 1986년 인정하고 의석 장악을 위해 노력해왔다.

첫 도전인 1987년 총선에서 1.9%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IRA가 무장투쟁을 그만두기로 한 1998년 굿프라이데이협정(벨파스트평화협정) 이후 대중의 반감을 완화해 득표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신페인당은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4.5%를 기록해 공화당(22.2%), 통일아일랜드당(20.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총선인 2016년 13.8%와 비교할 때 환골탈태에 가까우며 양당정치를 무너뜨리는 이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