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 증시를 덮치면서 최근 열흘 새 세계 주요 증시에서 3000조원 이상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피해 규모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의 네 배 수준인 1600억달러(약 19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사스 때보다 실물경제 4배 쇼크"…전세계 시총 3000조원 증발
2일 블룸버그통신이 세계 86개 주요국 증시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30일 사이 이들 증시 시총 규모는 총 2조5510억달러(약 3047조원) 줄어들었다. 20일에는 89조1560억달러(약 10경6497조원)였으나 30일 86조6050억달러(약 10경3450조원)로 2.86% 쪼그라들었다. 집계 시작일인 지난달 20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중국 보건당국에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지시한 날이었다.

이 기간 증시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베네수엘라였다. 열흘 동안 10.72% 빠졌다.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증시가 하락세였던 것에 우한 폐렴 사태가 겹쳤다. 이어 칠레(-8.38%), 홍콩(-7.53%) 순으로 낙폭이 컸다. 한국 증시는 조사 대상 86개국 중 시총 감소율이 네 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1조4768억달러(약 1764조원)에서 1조3692억달러(약 1635조5000억원)로 7.28% 쪼그라들었다. 액수로는 1076억달러(약 128조원) 줄었다.

대만(-6.77%), 태국(-6.72%), 싱가포르(-5.21%), 호주(-4.06%), 일본(-3.02%), 프랑스(-3.01%) 등에서도 세계 평균치(-2.86%)보다 감소율이 높았다. 독일(-1.93%)과 미국(-1.88%)에서는 낙폭이 비교적 작았다. 조사 대상 86개국 중 이 기간 증시 시총이 증가한 나라는 이집트(2.88%), 덴마크(0.35%) 등 15곳에 불과했다.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한 세계 실물경제 충격이 사스 사태 때(400억달러)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피해가 최대 1600억달러(약 19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 비해 약 네 배 커진 17%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인 5.6%에서 1.6%포인트 떨어진 4.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