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씨 공급은 여전히 범죄…연방정부도 반대 입장 유지

호주 수도준주(ACT) 캔버라에서 개인의 대마(마리화나) 재배·소지·이용이 31일부터 합법화됐다.

호주에서는 처음이다.

호주 캔버라, "31일부터 개인용 대마초 재배 범죄 아니다"

전날까지는 범죄였던 대마 관련 행위가 하루 만에 '비범죄'가 된 것이다.

이제 캔버라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은 집에서 대마 나무를 두 그루까지 재배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한집에 최대 네 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고, 1인당 생 대마는 150g, 대마초는 50g까지 각각 소지가 허용된다.

31일(금)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이 법에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대마 씨도 '비범죄화'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를 공급하는 행위는 여전히 범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ACT 변호사 협회 형법위원회 마이클 쿠굴리스미스 위원장은 "현재 대마 나무를 재배하고 있다면, 누군가 언젠가는 씨를 전달했을 것이고 이는 여전히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재배·소지·이용은 범죄가 아닌데, 재배를 위해 씨를 공급하는 것은 범죄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호주 캔버라, "31일부터 개인용 대마초 재배 범죄 아니다"
수도준주가 이 법을 제정한 것은, 약물 중독은 형사상 처벌이 아니라 의료적 치료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인 대마 이용을 양성화해서, 약물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대마의 남용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호주 연방정부는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따로 연방 형법을 적용·처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크리스찬 포터 연방 법무장관은 "연방법에 따르면 ACT에서 대마를 소지하는 것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불법"이라면서 "경찰이 불법 행위를 단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도준주 경찰은 직제상 호주연방경찰(AFP)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어떤 법을 적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쿠굴리스미스 위원장은 "같은 행위라도 전과 기록이 있으면 연방법 상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경우가 아니면 ACT 법으로 전혀 제재를 받지 않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