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대법관, 당파적 분열 '이례적 질책' 화제
구체적 역할 규정은 없어
미 대통령 탄핵심판 주재하는 대법원장의 역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 가운데, 재판을 주재하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도 이목이 쏠렸다.

미국 헌법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심판을 받을 때 대법원장이 회의를 주재한다'는 절차 상의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대법원장은 주로 의례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대법원장이 탄핵 심판에서 내리는 어떤 판결도 절대적인 효력을 갖지는 못한다.

그러나 탄핵 심판에서 거친 발언이 이어지자 이에 제동을 걸고 질책한 로버츠 대법원장의 모습에 대법원장의 '확대된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상원의 탄핵 심판 심리 첫날이었던 지난 21일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변호인단이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거칠게 대립하자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양측 모두를 질책했다.

그는 하원 탄핵소추안 작성을 주도한 제러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과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의 언성이 높아지자 양측에 '세계 최고의 심의기구'인 상원에서 발언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상원이) 그러한 명성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의원들이 토론 중에 무례한 언어와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과거에도 종종 당파적 분열을 지적하면서 대법원은 정치 밖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미국 네브라스카대 연설에서 "(재판부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원이 아니다"면서 정파 간의 앙금이나 정체 상태가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대통령 탄핵심판 주재하는 대법원장의 역할은
그가 탄핵 심판 첫날 보여준 모습만으로 벌써 전임자를 능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주재했던 윌리엄 H. 렌퀴스트 대법관은 당시 입었던 법복 외에는 별달리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전날 밤 12시를 넘겨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탄핵 심리를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오전 10시께 대법원으로 출근했다.

NYT는 '원래 자리'로 돌아온 로버츠 대법원장이 전혀 피곤하지 않은 모습으로 종교 관련 재판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어 이날 오후 다시 탄핵 심판을 주재하기 위해 상원으로 넘어왔다.

이런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의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탄핵소추위원인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심리를 시작하면서 "아주 긴 하루 동안 탄핵 심판 절차를 주관한 방식에 대해 대법원장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찬사를 보냈다.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의 지적은 아주 놀라운 것"이었다면서 "재판정에서 그와 같은 질책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가 아주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말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