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국 내에선 하루 만에 사망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났고 확진자 수도 100명 넘게 증가했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미국에선 또다시 의심 환자가 발생했고 멕시코와 브라질, 러시아에서도 의심 환자가 생겼다.

中 '도시 봉쇄' 초강수에도…"이미 수백만명 우한 떠났다" 공포 키워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3일 전국 25개 성(省)급 지역과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에서 616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1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 비해 확진자는 100명 이상, 사망자는 8명 늘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모두 우한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란 긴급 조치를 꺼내 들었다. 우한시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기해 우한시를 오가는 모든 대중교통 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우한처럼 성도급 도시가 봉쇄된 것은 신중국 건설 이후 처음이다. 우한 인구는 1100만 명이며, 고속열차가 하루에 430편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다. 후베이성 황강시 당국도 24일 0시부터 철도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황강은 우한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져 있고 인구는 750만 명이다. 인구 110만 명 규모의 어저우시도 기차역을 일시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우한시는 또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제지를 무릅쓰고 공공장소에 들어오면 법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 교민들도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 측에 전화를 걸어 우한을 벗어날 이동 방법을 문의하고 있다. 교민들이 우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차를 타고 인접 도시로 가는 길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한 봉쇄령이 뒤늦게 취해져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에서 춘제를 앞두고 200만~300만 명이 이미 떠났다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대부분이 검역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을 휩쓸 우려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급속도로 퍼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올림픽 복싱 지역 예선을 전격 취소했다. IOC 복싱 태스크포스(TF)팀은 2월 3∼14일 우한에서 예정된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취소했다. 대신 개최할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우한 출장을 금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미쓰비시 혼다 등 자동차기업, 골드만삭스 HSBC 등 금융회사들은 임직원의 우한 출장을 제한했다. 페덱스는 우한 지역 내 물류지역에 긴급 소독을 했다. 북한은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에 대해서도 베이징발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 사태를 논의했지만 국제적인 비상사태 선포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WHO는 23일 위원회를 재소집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3월 초 절정을 이루고 4월 초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해 5월 초가 되면 완전히 소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위샤오화 독일 괴팅겐대 교수가 질병 역학에서 다루는 전염병 확산 모형을 이용해 이같이 예측했다고 전했다. 그는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변수를 이용해 우한 폐렴의 전파 과정을 분석했다. 우한 폐렴이 사스와 전파 경로 및 구조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우한 폐렴이 뱀을 먹는 식습관 때문에 발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과학정보포털 ‘유레카 얼러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와 광시대, 닝보대 의료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nCoV의 숙주로 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게재했다. 전날엔 박쥐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후베이성, 허난성 등의 중국 지방정부는 시장에서 야생동물과 살아 있는 조류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