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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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정부의 정치적 갈등 해결 능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의 신용 등급을 기존의 'Aa2'보다 한 단계 낮은 'Aa3'로 내린다고 밝혔다. 다만 신용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9월 홍콩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을 조정한 데 대해 "홍콩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사회·경제적인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현재 가시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앞선 평가 때에 비해 정부 기관의 능력이 약해진 사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홍콩의 장기신용등급(IDR)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리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1995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신용평가사가 홍콩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어서 주목됐다.

홍콩은 작년 6월부터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가 받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소매 판매 부문에서는 매출액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4.3%, 2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