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수백명 자발적 운집…희생자 애도에서 정부 비판으로
로이터, 5개도시 시위 개최 보도…"혁명수비대·최고지도자 비판"
우크라이나 "이란, 우리 조사단이 미사일 파편 발견 못했다면 책임인정 않았을 것"
"부끄러워하라" 이란 대학생들, 테헤란서 정부·군부 비판 집회(종합2보)
이란 대학생 수백명이 11일(현지시간) 오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일 새벽 테헤란 서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사실을 11일 오전 혁명수비대가 시인하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대학교로 모였다
추모 인원이 수백명 규모가 되자 이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라고 외쳤다.

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들렸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다.

이란 내 SNS에서는 12일 오후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열자는 제안이 유포됐다.

"부끄러워하라" 이란 대학생들, 테헤란서 정부·군부 비판 집회(종합2보)
일부 시위자들과 야권 인사는 이번 여객기 격추사건에서 노출된 이란 정부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란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숨진 뒤 이란의 격추설이 나오자 9일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부인했다가 뒤늦게 11일 미사일 격추 사실을 시인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자국 조사단이 사고 현장에서 미사일 파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란이 여객기 격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하메네이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10일 군부의 내부 조사가 완료돼서야 추락 사고의 실제 원인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일국의 최고 지도자 두 명이 어떻게 그때까지 몰랐을 수가 있냐"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야권의 '녹색운동'을 이끄는 메흐디 카루비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사태의 관리 책임을 물어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퇴를 요구했다.

카루비는 인터넷에 게재된 성명을 통해 여객기 격추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과 대중에 여객기 추락의 진짜 원인을 알리는 게 지연된 까닭을 캐물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시위가 아미르카비르 공과대와 샤리프 공과대 등 최소 두 곳에서 추모 집회 형식으로 열렸다가 나중에 비판 시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부끄러워하라" 이란 대학생들, 테헤란서 정부·군부 비판 집회(종합2보)
로이터 통신은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는 테헤란뿐만 아니라 시라즈, 이스파한, 하메단, 우루미예에서도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란 파르스 통신을 인용해 테헤란에서 최대 1천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비판 구호를 외쳤고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진을 찢는 시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 3일 이라크에서 미국의 표적공습으로 살해된 이란 군부의 실세로, 그의 사망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전쟁 위기로까지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

로이터 통신은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인 시위자들이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동영상 게시물도 트위터에서 목격됐으나 해당 영상물의 진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