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 당선됐지만 대법원 결정으로 수행 불가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 "끝까지 싸울 것"
스페인 대법 "카탈루냐 전 부수반 석방 못해"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진했다가 투옥된 민족주의 진영 정치인에게 유럽의회 의원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카탈루냐 분리주의 진영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은 9일(현지시간)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이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가진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석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엘 문도 등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의원으로 옥중당선된 훈케라스는 유럽의회 의원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훈케라스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부수반으로서 2017년 10월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추진해 헌법과 자치법령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수감 중에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옥중 당선된 뒤,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면책 특권을 들어 석방을 요구해왔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지난달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과 스페인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지난달 ECJ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훈케라스를 석방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것은 잘못됐다고 결정했다.

스페인이 훈케라스를 석방할 수 없다면 유럽의회에 그의 면책특권을 정지해달라고 스페인 정부가 먼저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CJ 판결 이후 스페인 검찰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대법원에 훈케라스가 유럽의회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석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에서는 판결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훈케라스의 카탈루냐좌파공화당(ERC) 소속인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은 트위터에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할 수는 없다.

훈케라스의 기본권과 그에게 투표한 많은 시민의 권리를 짓밟은 것"이라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새로 출범한 스페인의 좌파 연립정부에도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급진좌파정당 포데모스와 함께 꾸린 좌파 연정 구성안은 하원에서 최근 단 두 표 차로 겨우 통과했는데, 여기에는 ERC의 기권이 큰 역할을 했다.

ERC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훈케라스가 계속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ERC가 좌파 연정에 계속 협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스페인 정가의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