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유화적' 연설 불신…군부는 강경 발언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8일(미국동부시간)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공격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불신을 나타냈다.

타크트-라반치 대사는 9일 이란 국영 IRNA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이란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라며 "이란은 이란을 전례없이 제재하면서 '협력'을 제안한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하자는 미국 대통령의 제안은 믿기 어렵다"라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악의를 유지하는 한 협상은 의미없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대국민 연설에서 "ISIS(이슬람국가의 옛이름)의 파괴는 이란을 위해서도 좋다.

우리는 이 문제와 다른 공통의 우선 사항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국민과 지도자들을 향해 "우리는 그들이 미래, 그리고 위대한 미래를 갖기를 원한다"라며 이란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적으로는 번영의 미래이자 전 세계 나라와 조화하는 미래라며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와 함께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됐다"라고 밝혔다.

타크트-라반치 대표의 이날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뒤 이란 측에서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그가 그간 국제사회를 향해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역할을 한 만큼 국영통신과 한 이번 인터뷰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뒤 이란 지도부의 시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에도 군부에서는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미국에 살해된 가셈 솔레이마니에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신임 사령관이 된 에스마일 거니 소장은 9일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결국 그들이 중동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빛나는 길을 힘있게 계속 가겠다"라고 밝혔다.

돌라 아라기 이란군 안보담당 참모장은 9일 "혁명수비대가 곧 적들에 더 강하게 보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의 알리 파다비 부사령관(준장급)은 "아무도 미국에 감히 대항하려 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당당히 맞섰다"라며 "그들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의 심장부를 때린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대치 국면에서 이란 군부에서 미국에 대해 온건한 언급이 나온 적은 거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