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日선박 위험 커지니 파견해야" vs 야 "각의 결정 백지화해야"
아베 "중동 안정화 위해 외교적 노력 다할 생각"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작년 말 중동 해역에 260명 규모의 자위대를 파견키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놓고 국론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7일 각의에서 결정한 대로 자위대를 중동 해역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반전 시민단체들은 사정 변화가 생긴 만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맞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후인 8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가 끝난 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자위대의 중동 파견 계획에 대해 "현시점에서 방침 변경은 없다"면서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파견)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를 방문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반격에 나서 중동 지역 정세가 한층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었음에도 자위대 파견을 계속 추진하는 방향으로 NSC에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아베 총리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미사일 반격에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중동지역 안정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위대 중동 파견 결정을 재고할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치권은 새해 들어 군사적 긴장도가 한층 높아진 중동 해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에 대해 당파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日 자위대 중동 파견 놓고 '내홍'…여야 대립 심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은 "리스크가 고조하는 상황이라면 일본 선박의 안전을 위해 (자위대 파견이) 한층 더 중요하다"라며 파견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불안한 현지 상황이 자위대 파견의 필요성을 오히려 뒷받침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달 초 출항하는 일정이 잡힌 호위함 1척 등을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한 명분으로 중동산 원유를 수송하는 자국 관계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한 정보 수집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中谷元) 자민당 중의원 중진 의원도 "중동지역을 다니는 일본 선박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위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 주요 야당은 자위대 중동 해역 파견의 철회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10일 예정된 여야 국회대책위원장 회의에서 여당 측에 철회 촉구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8일 "지금 상황에서 해상자위대를 중동에 파견해선 안 된다"며 각의에서 파견 결정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투상황에 가깝게 긴장이 고조된 마당에 자위대를 파견해 조사 활동을 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아베 정부가 방위성설치법의 '조사·연구' 임무 규정에 근거해 해상자위대를 분쟁 지역에 파견키로 한 결정을 꼬집은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말의 각의 결정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방위성 고위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면서 방위성 내부에서도 자위대의 중동 파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반전운동 시민단체인 '전쟁시키지 마라·(헌법) 9조 부수지 마라! 총궐기 행동 실행위원회'는 8일 도쿄 신주쿠(新宿)역 앞에서 자위대 중동 파견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SNS를 통해 집회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민들은 '자위대를 중동에 보내지 마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자위대를 중동 분쟁 지역에 보내려는 아베 정부를 규탄했다.

한편 일본 해상자위대는 8일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있는 간부학교에서 이틀 일정으로 파견 준비를 위한 비공개 도상 연습을 시작했다.

해상자위대는 이 연습을 통해 파견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상정해 부대 전개 및 무기사용 절차 외에 국토교통성, 외무성 등 관계 부처와의 업무 공조 체계를 확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