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개연성 크지 않아…친이란 세력 가담하면 대리전 빈발할수도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땐 큰 파장…이란 핵문제도 심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빠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공격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을 향한 보복 작전이라며 "강력한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뒤 닷새 만에 이란이 본격적인 보복에 나선 셈이다.

또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7일 미국을 겨냥한 보복시나리오 13개를 고려한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란은 보복 위협이 단지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빠르게 보여줬다.

美·이란 충돌 화염에 휩싸인 중동…확전 가능성 우려
강대국 미국과 중동의 군사강국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은 당장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렵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미국에 '비례적' 공격을 지시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의 이번 공격에 대한 미국의 재반격 수준 등에 따라 군사적 충돌이 격화될 우려가 있다.

이란이 검토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0%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아시아, 유럽 쪽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경우 원유 수송 경로가 막히면서 중동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포성이 중동 곳곳으로 번질 위험성이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로 오랫동안 중동 여러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친이란 세력을 구축해왔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등 이란과 밀접한 무장정파들이 보복공격에 동참할 수 있다.

이 조직들의 표적은 중동에서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될 공산이 크다.

美·이란 충돌 화염에 휩싸인 중동…확전 가능성 우려
친이란 세력이 미국 우방을 공격하면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반대로 그동안 신중한 행보를 펴온 이스라엘, 사우디 등이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적극적으로 도울 경우에도 상황은 복잡해진다.

중동 곳곳에서 친미 성향의 국가들과 이란과 밀접한 무장정파 간 '대리전'이 빈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의 우방은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난 5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며 사실상 탈퇴를 선언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핵합의 체결국들은 이란의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핵합의 복귀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이란이 앞으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가속할 경우 미국과 이란의 대립 국면이 심화할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