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군벌 하프타르 공격 약화할지 주목…충돌 확대될 위험성도

최근 이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폭사로 이란과 미국의 전운이 짙어진 가운데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도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터키가 리비아 내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실행에 옮기면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방송된 터키 CNN튀르크 뉴스 채널과 인터뷰에서 "(터키군이) 현재 리비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전센터를 세우고 거기에 터키군을 지휘하는 중장이 있을 것"이라며 "터키군은 상황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군은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지원하게 된다.

작년 4월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해 리비아 내전이 격화된 뒤 외국군이 공개적으로 파병하기는 터키가 처음이다.

터키의 리비아 파병…'내전 완화냐, 대리전 격화냐' 기로
일단 터키군 파병이 하프타르 진영의 트리폴리 공격을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NA 정부군과 트리폴리 주변 민병대는 그동안 LNA 세력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LNA의 공습과 산발적인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양측의 충돌로 1천여명이 숨지고 12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하프타르 사령관이 지난달 12일 트리폴리 진격을 재차 명령한 상황에서 터키군 주둔은 동부 군벌 세력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지난 3일 터키군의 파병에 대비해 '전군 동원령'을 내리는 등 긴장한 모습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터키군은 일단 방어적 개념으로 리비아에 들어갔다"며 "GNA와 LNA의 전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터키군 파병으로 하프타르 진영이 트리폴리를 공격할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비아 내전의 외세 개입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서부를 장악한 GNA와 하프타르 사령관의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 등은 LNA 세력을 지지한다.

특히 이집트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리비아에 파병함으로써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을 확대할 개연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리비아 내전에서는 유전과 관련된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주변국들의 대리전이 사실상 벌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프타르 사령관이 작년 4월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했을 때 UAE 등으로부터 재정지원을 약속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은 작년 11월 유엔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북아프리카 수단과 UAE가 무기 금수 제재를 어기고 LNA에 무기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단은 비정규 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1천명을 리비아에 파견했고 UAE는 하프타르 측 기지에 방공시스템과 전함을 제공했다.

또 이집트와 UAE는 하프타르 세력의 공군을 지원한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밤 트리폴리의 군사학교에 대한 공습으로 28명이 숨지자 GNA는 UAE와 이집트의 지원을 받는 동부 군벌 세력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터키의 리비아 파병…'내전 완화냐, 대리전 격화냐' 기로
리비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터키군 파병은 물리적 충돌을 격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예컨대 하프타르 세력의 공격으로 터키군에서 사상자가 나올 경우 리비아에서 터키군이 군사작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이집트, UAE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하프타르 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앞으로 터키 정부와 하프타르 사령관의 군사적 자제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중요한 셈이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일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는 비공개회의를 열 예정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8일 터키 스트림 가스관 개통식에서 만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시리아 문제뿐 아니라 리비아 내전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의 리비아 파병…'내전 완화냐, 대리전 격화냐' 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