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시위대, 몬테네그로 대사관 공격해 국기 불태워
종교법 둘러싼 대립이 직접적 원인…양국 관계 악화 전망
'앙숙'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또 외교갈등…서로 대사 초치
발칸반도의 앙숙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가 또다시 외교적 대립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세르비아 정교회의 힘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의심받는 몬테네그로 종교재산법안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르비아 주재 몬테네그로 대사관이 군중들에 공격받는 일이 발생,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일 밤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독일 프로팀 간 농구 경기 직후 농구팬 수천 명이 몬테네그로 대사관으로 몰려가 폭죽으로 몬테네그로 국기를 불태웠다.

몬테네그로 의회가 최근 의결한 종교재산법안에 항의하려는 것이었다.

이후 몬테네그로 외교부는 세르비아 당국이 군중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자국 주재 세르비아 대사를 초치했고, 세르비아 당국도 이에 항의해 몬테네그로 대사를 불러들였다.

몬테네그로의 종교재산법과 관련해 우려했던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표면화한 셈이다.

'앙숙'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또 외교갈등…서로 대사 초치
몬테네그로 의회는 지난달 27일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 속에 종교재산법안을 가결해 종교·민족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이 법안은 종교계가 현재 보유한 자산의 정당성을 직접 증명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국가가 몰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친세르비아계는 이 법안이 몬테네그로는 물론 발칸반도 최대 종파인 세르비아 정교회의 자산을 박탈해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표적 법안'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르비아 당국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몬테네그로에 대한 자국 내 여론은 급속히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네그로 대사관 공격 사건도 이런 와중에 일어난 것이다.

몬테네그로는 2006년 주카노비치 당시 총리가 주도한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와 함께 소속된 신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했다.

이후 몬테네그로는 친서방 노선을, 세르비아는 친러시아 노선을 따르며 각자의 길을 갔다.

2017년에는 몬테네그로가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강행하며 감정의 골은 더욱더 깊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