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러·중 과기협력의 해' 지정…"내년 양국 협력 800건"
양국, 과학기술·군사·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공조 확대
"美에 맞서자"…中·러시아, 과학기술 등 전방위 협력 강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제재에 맞서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양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2020년을 '러시아-중국 과학·기술·혁신 협력의 해'로 지정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내년에 양국 사이에 이뤄질 과학기술 협력 프로젝트는 800여 건에 달한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통신기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꼽기도 했다.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은 이미 민간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주립 공업대학과 연구 및 대학원생 훈련 등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최근 6개월 새 최소 8곳의 러시아 대학 및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러시아 전역에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도 러시아 기업들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로봇, 얼굴인식, AI 분야 등에서 양국 기업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협력 강화는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제재에 맞서고자 하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것 등에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이후 러시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도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들의 급격한 성장을 우려한 미국의 제재로 첨단 과학기술 취득이나 중요 부품 수입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국가의 제재라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중국과 러시아는 과학기술은 물론 군사, 외교 등 전방위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를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중국은 러시아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당초 계약보다 앞당겨 도입했으며, 지난 7월에는 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동중국해와 동해에서 합동 훈련을 하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3개국 해군 합동훈련을 나흘 일정으로 시작했다.

훈련 장소는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첨예한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결의안 초안을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제정치 전문가인 아르티옴 루킨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와 중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연구개발(R&D) 등에서 양국 협력이 강화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중국은 재료공학, 로켓, 항공 엔진, 미사일 방어 등에서 러시아의 앞선 기술이 필요하며, 러시아도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국의 첨단 기술을 원하게 됐다"며 "다만 중국이 러시아를 기술 분야에서 따라잡을지 모른다는 우려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러시아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