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BBC 등 군·정보당국 인용해 잇달아 보도
점령지 없이 황야에 은신…"재건 이미 완료" 분석도
"IS, 이라크·시리아 정정불안 틈타 재건 착수"
점령지와 우두머리를 잃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권력공백이 발생한 이라크,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조직 재건에 착수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군 당국을 인용해 이 같은 IS의 동태를 보도했다.

IS의 활동이 증가하는 등 부활 조짐이 포착되는 곳은 주로 이라크와 시리아 등 영토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들이다.

군 병력이 분쟁 지역으로 분산된 사이를 틈타 IS가 공격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정세가 계속 불안정하다면 패퇴해 사라진 IS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주간 이란과 국경을 접한 이라크 북동부 디얄라 지방에서 IS의 게릴라 공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군의 지난 4년 격퇴전으로 IS 공격은 2016년보다 30∼40%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암살 등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다.

IS 조직원들은 깜깜한 밤이 찾아오면 활동을 시작하며, 성인 남성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키가 큰 풀이 우거진 숲속에 숨어서 총구를 겨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이라크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사이 황무지에서 동굴을 침실 삼아, 강을 화장실 삼아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동남부에 있는 바디야 사막에도 많은 IS 조직원이 숨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을 준비하는 IS는 적에게 근거지와 좌표가 노출되기 때문에 일단 점령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때 IS가 수도로 삼아 점령했던 시리아 락까에도 상부의 공격 명령 전화만을 기다리며 숨어 지내는 IS 조직원들이 머물고 있다.

IS 붕괴 후에도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최근 체포된 청년들은 IS가 락까에서 어떤 식으로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지 증언해주기도 했다.

'에미르'(지도자 또는 군주)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IS 조직원들은 주로 텔레그램으로 암호화된 지령을 주고받는다.

군주는 조직원에게 숙소를 마련해주고, 매달 월급을 지불하는 대가로 마을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적군에게 꼬리를 밟히지 않도록 에미르는 주기적으로 교체되며, 가명 또는 별명을 사용하면서 부하에게도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락까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조직원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에미르는 아직 한명도 붙잡히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부활을 준비하는 IS가 9.11테러를 일으킨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보다 훨씬 발전된 기술과 전술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재원을 확보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을 소개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대테러 업무를 총괄하는 라후르 탈라바니는 부활을 꿈꾸는 IS를 두고 "스테로이드에 취한 알카에다라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탈라바니는 최근 IS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재건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S는 올해 3월 마지막 근거지였던 시리아 바구즈에서 물러났으며, IS를 이끌었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 10월 미군의 공습을 피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IS, 이라크·시리아 정정불안 틈타 재건 착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