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지시' 의혹 왕세자 최측근 인사 무죄·불기소
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5명에 사형 선고…'꼬리자르기' 비판(종합)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 1심에서 피고인 5명에게 사형을, 3명에겐 징역형(합계 형량 24년)을 선고했다고 사우디 공보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은 사형,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3명은 징역형을 선고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은 무죄 또는 불기소돼 '꼬리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개인 용무로 들렀다가 사우디 정부 소속 '협상팀'에 잔인하게 살해됐다.

카슈끄지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발언한 유력 언론인이었다.

이 살해 사건의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라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비판적 언론인을 잔혹하게 '제거'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사우디 검찰은 지난해 11월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용의자 11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약물을 주입한 뒤 살해한 혐의로 5명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사우디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작전의 총책임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이자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인 아흐메드 알아시리이며, 이스탄불로 파견된 현장팀장이 살해를 직접 명령했다.

그러면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알아시리는 이날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5명에 사형 선고…'꼬리자르기' 비판(종합)
무함마드 왕세자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사우드 알카흐타니 역시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사우디 검찰은 조사 결과 카슈끄지 살해와 무관하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과 연루돼 인권을 유린했다는 이유로 알카흐타니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전 이스탄불 총영사도 이날 무죄가 선고돼 석방됐다.

알오타이비 전 총영사 역시 미국 정부가 입국을 금지한 인물이다.

사우디 검찰이 기소한 11명 가운데 사형과 징역형이 선고된 8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9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일(카슈끄지에 대한 회유 작전)은 내 감시 아래 벌어졌기 때문에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라며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일(살해)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보도했던 터키 친정부 일간 데일리 사바의 메흐멧 젤리크 편집장은 23일 알자지라 방송에 "알카흐타니와 실제 살해한 이들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증거가 명확하다"라며 "사우디의 여러 고위 인사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은 이 판결의 신뢰도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형 선고를 받은 피의자 5명이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