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장벽 완화"…中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
핵심 쟁점은 2단계 협상으로…트럼프 "즉각 2단계 협상"
'연말 관세확전'은 피했다…미중, 미완의 1단계 무역합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중은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합의 사실 자체엔 한목소리를 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미묘하게 엇갈린 기류가 흘러나왔다.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갔을 뿐 완전한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제한적인 범위의 예비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장 초반 오름세를 탔던 뉴욕증시는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美, 기존 대중관세 하향조정 '물꼬'
합의의 핵심은 대중(對中) 추가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달 15일부터 1천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5~25% 관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미국이 15일 관세 부과 계획을 접기로 함에 따라 일단 '관세 전쟁'이 모든 분야로 확대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가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것이다.

기존 관세도 일부 하향조정된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2천500억 달러어치에 25%, 1천200억 달러어치에 15%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5% 관세가 유지되고, 15% 관세는 7.5%로 인하된다.

기존 관세들이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것이어서 시장의 눈높이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단 기존 관세를 하향조정하는 물꼬를 텄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중국 측도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관세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으로서는 '관세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농산물,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환율 등에서 원칙적인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RT)는 성명에서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통화·환율 등에서 중국의 경제·무역구조를 개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중국 관계 부처도 심야 기자회견에서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등이 합의문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발표만 놓고 보면, 그동안 미국이 요구했던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된 셈이다.

'연말 관세확전'은 피했다…미중, 미완의 1단계 무역합의
◇中 '농산물 구매확대' 원칙에만 동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미·중의 입장은 곳곳에서 엇갈린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초점을 맞췄던 '미국산 농산물'과 관련, 중국 측은 수치 언급을 꺼리는 표정이다.

중국 측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구매계획에 대해선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약 5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의 농산물 구매 규모와 관련해 500억달러를 언급했다.

'2단계 협상'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amazing) 합의"라며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1단계 합의문의 이행 상황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의문에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환율 등 민감한 의제들이 두루 거론된 것도 향후 2단계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무역합의를 발표하는 미·중의 움직임이 사뭇 달랐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은 현지 시각으로 심야시간대 관계 부처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미 무역대표부(USRT)의 '짤막한' 성명으로 합의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일각에서 핵심 쟁점들이 대부분 빠진 '미니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