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카팁은 총리 후보에서 밀려난 듯

레바논의 수니파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셰이크 압델 라티프 드리안은 8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을 발표한 사드 하리리를 차기 총리로 다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가 보도했다.

드리안은 이날 총리 후보로 알려졌던 레바논 사업가 사미르 카팁을 만나 이런 입장을 통보했다.

엔지니어링 기업의 부사장인 카팁은 최근 하리리가 속한 정파 '미래운동'이 새 총리로 내세울 것으로 보도됐던 인물이다.

카팁은 드리안을 만난 뒤 "종교 지도자가 사드 하리리를 지지한다고 나에게 밝혔다"며 "나는 이 점을 알리기 위해 그(하리리)에게 갈 것이다.

그는 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팁의 언급은 그가 총리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반정부 시위로 혼란스러운 레바논의 내각 구성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9일부터 새 총리 지명을 협의하자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레바논 수니파 지도자 "하리리를 차기 총리로 지지"
레바논에서는 지난 10월 17일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막대한 국가부채, 실업률 등 경제난과 기득권 정치인들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전문적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하리리는 지난 10월 29일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임 총리가 임명되지 않으면서 정부를 계속 이끌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출신의 재벌 하리리는 2009∼2011년 총리를 역임한 뒤 2016년 12월 다시 총리를 맡았다.

하리리는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등 우방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레바논에 대한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하리리, 시아파를 대변하는 헤즈볼라와 그 동맹인 아말은 무함마드 사파디 전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지명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가 사파리 전 장관 역시 부패한 정치인이라며 반발하자 사파디 전 장관은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레바논의 정치 체제는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특히 정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레바논 수니파 지도자 "하리리를 차기 총리로 지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