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란 세력 정치적 위축 전망
이라크 의회, 총리 사임 가결…반정부시위 두달만에 퇴진
이라크 의회는 1일(현지시간)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의 사임을 가결했다.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에서 민생고와 정부의 부패, 무능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10월 1일 시작한 이후 두 달 만에 행정부의 총책임자인 총리가 퇴진한 셈이다.

이슬람국가(IS) 사태가 끝난 뒤 이라크의 전후 복구와 재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압둘-마흐디 총리는 400여명이 사망한 반정부 시위로 취임 1년 2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살림 알주부리 이라크 의회 의장은 가결 뒤 "바르함 살레 대통령에게 새 총리를 지명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의 다수파와 협의해 총리 후보를 추천한다.

이어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한다.

통상 실권자는 시아파가, 의회 의장은 수니파, 형식상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맡는다.

시아파 원로 정치인인 압둘-마흐디 총리는 반외세 민족주의 정파인 알사이룬과 친이란 성향의 정파가 연대해 추대했다.

이 때문에 압둘-마흐디 정부에 우호적인 편이었던 이란은 최근 이라크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비판적이었다.

그의 퇴진으로 친이란 정파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어느 한 정파가 압도적으로 점유하지 않는 이라크 현 의회의 구성상 새 총리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파간 합종연횡이 복잡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총선 이후 총리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시민의 인명피해가 늘어난 데다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가 금요대예배마다 이에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하자 결국 퇴진했다.

그는 시위대의 요구에 개혁 조처를 발표했지만 시위가 진정되기는커녕 지난달 28∼30일 이라크 남부 나자프와 나시리야에서 시위대 50여명이 군경의 발포에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났다.

한편 이날 이라크 쿠트 지역의 지방법원은 지난달 2일 시위대에게 총을 발사해 시민 7명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관 간부 1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다른 경찰관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민에게 발포한 공권력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의회, 총리 사임 가결…반정부시위 두달만에 퇴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