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폭력 시위에는 강경 대응" 경고
'한달 고기 2㎏으로 성난 민심 진정될까'…이란, 신속한 유화책
이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발한 민심이 시위로까지 이어지자 이란 당국이 신속히 '당근'을 풀었다.

이란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오후 2천만명, 약 600만 가구의 은행 계좌에 생계 보조금으로 현금을 1단계로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주일 간격으로 2천만명씩 2단계에 걸쳐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국민 8천200만명 가운데 75% 정도에 해당하는 6천만명, 1천800만 가구에 생계 보조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셈이다.

이란 정부는 15일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하면서 인상분으로 얻는 추가 수입은 모두 서민층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를 사흘 만에 실행한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100여 도시에서 크고 작은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달래기 위해서 신속히 유화책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도 휘발유 가격 인상에 따른 민심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다음 주로 예정했던 생계 보조금 지급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8일 내각 회의에서 "형편이 나은 상류층 2천200만명보다 도움이 필요한 서민 6천만명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휘발유 가격 인상의 정책 취지다"라며 "서민은 비단 제재뿐 아니라 아무리 작은 압박도 견디기 어렵다"라고 연설했다.

이란 정부가 발표한 생계 보조금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월 172만 리알(시장환율 기준 약 1만7천원), 5인 가족은 205만 리알(시장환율 기준 약 2만원)이다.

이 정도 금액으로 이란에서는 중간 품질의 소·양고기 2㎏이나 수입한 저품질의 쌀 약 10㎏을 살 수 있다.

이란 정부가 마치 준비된 듯 성난 여론을 진정하려는 유화책을 실행했으나 이 수준의 현금 보조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한달 고기 2㎏으로 성난 민심 진정될까'…이란, 신속한 유화책
이란 정부는 이런 유화책과 함께 집단행동에는 매우 단호하게 대처하는 강경책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올린 15일 밤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군 병력을 투입해 진압했고 16일부터 인터넷을 전면 통제해 시위의 확산을 막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8일 낸 포고문에서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폭도와 무정부분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라며 일반 시민은 시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는 현지 언론에 "체포한 폭도가 '외부 세력에 매수돼 폭동을 선동했다'라고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사법부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도 이날 "폭동과 평화로운 시민의 항의 시위는 구분돼야 한다"라며 "적(미국, 이스라엘)이 사주한 불순분자들이 정당한 시위에 침투해 이란을 불안케하려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18일 밤까지 테헤란, 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산발적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