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잠재적 이익은 인정"…향후 합병 가능성 열어놔
HP, 제록스 인수 제안 거절…"우리 가치 과소평가"
프린터·PC 제조업체 HP의 이사회가 17일(현지시간) 복사기·프린터 회사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와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HP는 이날 제록스의 인수 제안이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지 못하며 HP의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HP 이사회는 제록스 측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해 6월 이후 제록스의 연간 매출액이 102억 달러에서 92억 달러로 감소한 점에 주목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제록스의 사업, 그리고 미래 전망의 궤도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이에 앞서 HP에 주당 22달러, 총 335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인수 금액의 77%는 현금으로, 나머지 23%는 제록스의 주식으로 치르는 방안이었다.

이는 이메일, 전자문서, 클라우드 등의 보급으로 인쇄된 서류나 잉크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프린터·복사기 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다만 시가총액에서 HP의 가치는 290억 달러(약 33조7천억원)로 제록스의 3배가 넘는 규모여서 인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HP는 지난달 2022년 말까지 7천∼9천 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의 HP 직원 5만5천 명의 약 16%에 해당한다고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은 추정했다.

이는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다.

HP는 다만 향후 조건이 달라질 경우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놨다.

HP는 편지에서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의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제록스 주식 10.6%를 보유하고 있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은 최근 HP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그는 양사 합병이 비용 절감은 물론 프린터 옵션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합병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HP, 제록스 인수 제안 거절…"우리 가치 과소평가"
/연합뉴스